안녕하세요? 윤승희님, 조형곤님, 이주영작가님?
저는 삼천동에 사는 이미화입니다.
며칠 전 "야!, 거 Y에다 내일하고 모레꺼 일 좀 달라고 전화해라" 난데없이 걸려온 엄마의 전화에 전 얼떨결에 "예, 알았어요" 하고 대답을 했습니다. YWCA(여성인력관리센타)를 줄여서 엄마는 Y라고 부르신답니다.
엄마께선 거의 한 달 가까이 가사도우미 일을 해 오고 계십니다. "가사도우미" 정말 그럴싸한 말입니다만 흔히들 쉬운말로 "파출부"라고 하는 직업이지요.
지난 10월 하순 쯤 엄마는 "야, YWCA에서 산모도우미 교육이 있다는데 너도 애기 잠깐 맡겨 놓고 나랑 교육받자, 다 받으면 수료증도 주고, 취직도 알아서 시켜 준다더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아이가 아직은 너무 어리다며 다음에 꼭 받겠으니 엄마 먼저 받으시라 했고, 그래서 엄마 혼자 교육을 다 받고 수료증까지 받으셨습니다. 그런데... 세상 일이 정말 다 내맘 같지 않다는 말이 딱 맞더군요. 실컷 산모도우미 교육을 받았는데 그 일자리는 거의 없고 일자리를 하나 알선 받아 가 보면 그 하는 일이 영락 없이 파출부가 하는 그 일이더랍니다. 일당 빵빵하고 고귀한 어린 영혼을 다루는 그런 일을 하리라는 상상을 하고 교육까지 받았건만 어찌 다른 방향으로 직업이 전환되고 만 것이지요. 거기에다 일자리도 그리 많지 않아 일하러 가서도 다음 날 또 어디로 가야 하는지 날마다 YWCA에 전화를 해서 물어보아야 한다네요. 다행히 최근 다니시던 곳은 한 달 약정으로 월급으로 받기로 하고 간 곳이었는데 이제 겨우 열흘이 넘었는데 왜 또 다른 곳을 알아보라시는건지.... 필히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겠다 싶어 그날 저녁 엄마께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여쭤보니 "들어봤자 니 속만 상할거 말 안할란다" 하십니다. 저는 대강 짐작 하고 있으니 속상한 거나 털어놓아 보시라 했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일하던 집의 안주인이 오해를 해서 먹는거 가지고 사람을 정말 비참하게 만들더란 거였습니다. 그래서, 참다 못해 엉엉 울으셨다는군요. 그러고는 하시는 말씀이 "너는 그때 교육 안 받길 참 잘했다" 하시는거예요.
아직 50대도 못 되신 엄마. 열 일곱살에 시집오셔서 이제껏 농사일로 식당일로 잔뼈가 굵어지신 엄마께서 이젠 식당을 접으시고 가사도우미라는 직업을 갖게 되셨습니다. 얼핏 보면 자식들은 거의 출가하고 별로 돈 쓸일도 없어 보이는 분이지만 맘이 약한 분이신지라 너도 나도 내미는 보증 용지에 도장 한 번 잘 못 찍어준 덕에 지금 그 돈을 갚아나가고 계신 겁니다. 그리고, 지병으로 누워 계신 외할머니 병원비도 보태주고 계시구요.
가난은 죄가 아니지만 때로 사람을 참 서글프게 만듭니다. 새언니가 바로 오늘 아이를 낳았는데 시어머니는 다른 사람 산후조리나 해 주러 다니게 생겼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이번 보증건이 터진 이후 엄마께선 난데없이 잘 살고 있는 저에게 미안하다 하십니다. 이유인즉, 지금 갚을 돈으로 딸 대학이나 보냈으면 좋았을텐데 엉뚱한 데 돈을 쓰고 있으니 속이 많이 상하신다는 겁니다.
전 처음 이 글 쓰기를 망설였습니다. 엄마가 파출부 하도록 놔둔다고 뒤에서 수군수군 할까봐서요. 하지만 이젠 가벼운 마음으로 쓰고 있습니다. 비록 다들 쉬쉬하는 직업이지만 나이나 직종에 연연하지 않고 항상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프로 의식을 갖고 일하시는 엄마가 전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
그리고, 이번 일이 있은 후로 가사도우미를 고용하신 모든 분들께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부디 그 분들을 일 하는 분이라고만 생각지 마시고 가족 중 한 사람처럼 따뜻이 대해 주셨으면 좋겠다구요. 또 열심히 살아가려는 그 분들의 자존심을 다치게 하지 말아주십사 하고 두손 모아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여성시대를 청취하시는 분께 저희 엄마를 소개하려 합니다. 음식은 최고, 가사일은 베테랑이신 저희 엄마와 오랫동안 함께 하실 마음 고운 여시님 어디 안 계신가요? 엄마의 동의를 얻어 이곳에 엄마 연락처를 남깁니다.
엄마 연락처 : 016-651-5739
제 주소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 1가 764-1 주공아파트 601/102
전화 : 902-9535
12/23 이후엔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 2가 941번지 평화주공 푸른마을 107/404
신청곡 : 김수희의 "애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