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전주 여성시대 게시판에 들어왔습니다.
모든분들 안녕 하신지요?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중인 형님 병간호로 인해
모든 것이 뒤죽박죽인 요즘 생활,
그래도 시간은 흘러 하루 하루가 갑니다.
生이 무엇인지...
한번 나면 언젠가는 가는 거라했던가요?
오직 자기 가족만 알고, 검소하게 사셨다는 형님은, 마음에 병까지 얻고
급기야 몸 안에 암덩어리까지 키우셨나 봅니다.
불쌍한 우리 형님은 오늘도 머얼건 흰 죽 한 수저 드시곤
두 수저를 내놓습니다.
통증 때문에 고통스러워 하는 형님께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거라곤
옆에서 닦아주고 가만이 지켜볼 밖에... 아무런 힘이 되어 드리지 못합니다.
그저 마음만 아플뿐이랍니다.
날씨가 맑았다가 흐렸다가 변덕을 부리듯 형님의 기분도 변덕을 부리는지
어느땐 묻는 말에 대답도 하고,사알짝 미소까지 지어 보입니다.
허나 대부분 무표정한 얼굴로 먼 산 바라보시기 일쑤고,
굳게 다문 입은 쉽게 열리질 않습니다.
두 분 ~!
저는 요즘 병원에서 지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합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참다운 삶인지...!
짧고 굵게 사는 것이 좋을지...!
형님 침대 옆 팔순을 바라보는 할머니께서 그러시대요.
삼십대에 과부되어 산전수전 다 겪으며 아이들 키워 짝 지어줬더니
몹쓸병이 찿아 왔다고...
이젠 손자 손녀들 재롱보며 살려고 했는데 구구절절 이야기 풀어놓으시는 할머니 앞에 전 그만 눈물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죽음을 눈앞에 눈 이들의 심정은 어떨까요?
몇 달 후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져 저 세상으로 가야하는 시한부 생을
살아가는 분들의 심정은 말할것도 없거니와 그들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가족들의 아픔은 어떤 글로도 표현이 안되겠지요.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것이 우리 인간들이라고들 합니다.
언젠가는 죽어 썩어 없어질 몸뚱아리인데
살면서 좋은 일만 하고,
남에게 상처주지 않고,
좋은 말과 고운 말만 하며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젯밤 늦게까지 병실 지켰다고 시아주버님은 제게 오늘 오전 시간은
집에서 쉬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잠시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몇자 적어 보았습니다.
방송 잘 듣지 못하고, 게시판에 자주 방문하지 못하지만 늘 제 마음은
전주 여성시대 곁에 머무를 것입니다.
모든분들~!
초겨울로 접어든 이 때에 늘 건강 체크하시고,
좋은 생각안에서 지내시길 바라며 이만 물러 갑니다.
2003. 11. 18.
익산에서 류미숙 올림 T. 834 - 5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