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쇼가 있던날..
운전면허 딴지는 2년이 넘었어도 '초보'라는 딱지를 떼기엔 어설픈 실력...
그나마 어머니 병원 왔다갔다에 울신랑 술마시는 날 대리운전격으로 운전대 잡은게 다였죠
옆에 앉아 맨날 운전 못한다며 구박하던 울신랑이 웬일로 주말에 애들만 데리고 혼자 시골집을 다녀오란 겁니다. 차를 끌고 말예요...
처음엔 '내가 어떻게... 시골길 혼자 밟아본적 한번 없는데... 그냥 버스타고 갈래'했죠
그랬더니 어머니가 바리바리 김치며 간장게장에, 홈쇼핑서 주문한 전기압력밥솥까지 가져가라 싸두었다며 차몰고 갔다오란 겁니다.
그럼 같이가자 했더니 회사일도 바쁘고 피곤해서 못간다네요.
슬슬 마음속에서 두려움반 호기심반 어떤 모험심같은게 발동했죠.
'한번 가볼께'하고는 출발~~~
뒷좌석 아이들은 신이나서 팔딱팔딱 뛰고 난리가 났습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기까지 차가 엄청 막히데요~~
여유있게 친구한테 나 혼자 운전해서 시골간다~~~ 자랑아닌 자랑도 하고...
절대 운전중에 핸드폰하지말라던 울신랑의 엄포를 출발하면서부터도 어긴거죠..ㅋㅋ
혹여 중간에 길을잃거나 무슨일나면 지원해줄 지원병에게도 미리사 얘기해두고..
음악도 크게 틀어 룰루랄라 신나게 밟았지요.
서해안 그 긴 도로에서 조금씩 지루하기도 하고 아침일찍일어나 서두른탓인지 졸립기도하고
정신이 몽롱해지는가 싶더니 뒤에서 빵~~~
정신이 버쩍들었죠. 간도크지 . 졸아서 옆차선까지 침범하려했던거예요. 미쳤어, 미쳤어~~
안되겠다싶어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아이들 음료수며 과자랑 사먹이고는 잠깐 눈을 부쳤죠.
다시 출발~~~
과속 카메라를 요리조리 피해 뻥뚫린 고속도로를 냅다 달려봤죠. 울신랑 감히 상상도 못할걸요? 가슴졸이며 시속 50정도나 밟고 달리고 있겠지 하고 있었을거예요.
아이들이 화장실가고싶다하여 들른 휴게소... 군산휴게소였죠.
잠시 쉬는중에 전주사는 친구가 생각나 전화했더니 마침 편지쇼가 있어서 참석중이라대요.
군산이라하니 지나는 말로 그럼 들르라하대요.
길도 모르는데? ㅎㅎㅎ
그냥 가던길 가려고 출발은 했는데 이정표에 전주가 바로 보이는거예요.
호기심 또 발동...
핸들 꺽었습니다.
용기백배!! 미쳤어 미쳤어 연발 외치며 다시 돌아가는길은 더 힘든것 같아 그대로 -무딘 감각에 의지한채 편지쇼를 향해 달렸죠.
드디어 도착~~도착하고도 한참을 저 자신한테 감탄했죠. 여기까지 뭔 용기로 찾아왔는지...ㅋㅋ
어린이 회관앞에 차를 세워두고는 문제의 편지쇼장에 발을 내딛었죠.
길가에 파는 사탕과자도 아이들손에 들려주고는 친구찾아 두리번 두리번~~
가을정취속에 한사람한사람 하얀백지와 씨름하는 모습이 보기 좋데요..
등나무아래 잠시 앉아 편지쇼 전경을 감상하고 있었죠.
안면있는 친구가 이것저것 챙겨주는 통에 가슴따뜻함 전해받고는 좋아라하고 있는데
울 두딸 갑자기 저멀리서 울고있는거예요.
둘이 또 붙은거죠.
에구~~ 망신스러워라~~
수돗가에 데리고 가 북북 씻기고는 정신산란해져 그만 돌아가려했죠.
친구가 온김에 편지하나 쓰고 가라는데 혹여(진짜 혹여) 당선이라도 되면
방송타게될까봐...그러면 시댁가는길에 딴길로 샌게 들통날까봐서 사양했죠.ㅋㅋㅋ
그럴일 없었을거라고라?
그니까 혹시란 거여유~~~
어쨌든 편지쇼는 잘 둘러봤지요. 거기까진 엄청 좋았죠.
다시 고속도로를 타려고 한참을 빠져나왔는데 뭔가 계속 허전한거예요.
지갑!!
엄마~~어째~~ 길옆에 차 세워두고 아무리 찾아봐도 없는거예요.
거의 울기직전인 상태에서 친구에게 전화했죠.
행사 다 끝나서 이미 가버린 사람들도 많아 찾을수 없을거란 절망적인 말...
우띠...
어쨌든..
차를 유턴해서 다시 행사장을 향해가는데 어쩌면 좋아... 너무 당황한나머지 왔던길 다시찾아가지를 못하는거예요. 한참을 직진만 하다가 다른 운전자에게 물으니 너무 많이 왔다고 다시 돌아가라구 어쩌구 저쩌구...
해는 이미 바닥으로 떨어져가고 시어머니는 어딘데 아직도 도착못하냐구 자꾸 전화하시구...
정말 그때 그심정은~~휴...
사고날 뻔이 몇번인지 몰라요. 전주서 사고나면 큰일이죠...상상만 해도 끔찍~~
행사장을 다시 찾았을땐 진짜 휑~~하대요.
운영진들인지 주요인사들인지만 등나무아래서 이야기꽃 피우고 있더라구요..
거의 울음반 절망반으로 구석구석 찾다가 포기하고는 친구한테 돈빌려 돌아왔지요..
돌아오는길...
내 속도 모르고 울 두딸들 뒷좌석에서 노래부르고 장난치고~~ 전 괜히 애들만 잡았어요.
설상가상으로 전주서 정읍까지의 통행권을 잃어버려 최장요금 지불하고는 해떨어져 캄캄해진 그 전라도길을 헤매며 달렸죠.
시댁까지 겨우겨우 당도했을땐 정말 쓰러질것만 같더라구요.
울엄니 보자마자 소리소리 지르시는데 ~~ 아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죠.
그래도 변명은 해야겠기에 길을 좀 헤매서 늦었다고만 다음번엔 잘올것같다고만 둘러댔죠.
어머님이 끓여놓은 조기매운탕에 밥한그릇 비어내고는 그대로 누워버렸습니다.
엄니는 그 먼길 헤매고 오느라 힘도 들었겠다며 당신 손녀들 데리고 동네마실가시더라구요.
에구...죄송혀유~~
그래도 정신을 덜 차렸는지 편지쇼에서 친구가 선물로 준 여성시대 책자와 CD를 보고는 피식피식 허한 웃음만 털어내고 있었습니다.
엥? 내글도 실렸네? 하며 지갑잃은일 금새 잊어버리고 신기해하는 모습하고는...
아침 10시에 출발해서 밤8시가 되서야 도착했으니 정말 울신랑이 두고두고 놀려먹을 '꺼리'하나 만들어준셈이예요.
지금도 친구들 앞에서 그얘기 꺼내며 놀려대곤 합니다.
내막도 모르고는...
아직도 울신랑 제가 지갑 잃은줄 몰라요....ㅋㅋㅋ
어머니만 당신용돈 못받은것에 두고두고 분풀이만 하고 계시지...
벌써 한달이 지났네요.
그때 그 날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해요. 그래도 웃어요.
저 자신이 넘 황당하고 웃겨서리...
아...
혹 제 지갑 습득하신분이 이 글을 보신다면
다른건 다 가지셔도 되는데요...
제가 최근에 회사서 어렵게(?) 취득한 자격증(변액관리사)..
그것만이라도 돌려주셨음 해요...
그나마 자격증이라곤 운전면허증하고 그 자격증인데...
꼭좀 부탁드려요.
긴 글 지루하셨나요?
좋은 하루 보내시구요.
초라한 자신의 모습에도
웃음잃지않은 우리가 되었음해요...^^
주소:서울시 구로구 구로3동 1124-42 태아빌딩 7층
박희정
전화번호: 011-9993-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