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친정 엄마께 전화를 했더니 메주를 만들려고 콩을 삶고 있다며 손이 아퍼서 찔려나 모르겠다며 끊으시는데 도저히 가만히 저만의 사색을 즐기며 앉아있을수가 없어서 서둘러 곧장 달려갔답니다..그나마 가까이 살기에 이렇게라도 움직일수 있어 참 행복합니다..만약 몰라라 하고 내볼일 보며 하루를 보내기엔 사실 하루종일 마음이 꺼림찍하고 내내 불편할것만 같아 한걸음에 달려갔지요..차마 시집보낸 저에게 오란소리는 못하고 끊었지만 내심 오기를 바래셨나봅니다..항상 혼자 하시던 저의 부모님인데 요즘은 정말 손가락이 넘 아프신지 왠만하면 티도 않내고 내색도 안하시는 저의 엄만데 한마디 하신걸 보면 정말 많이 아프다는걸 저도 알기 때문입니다.
고무통에 콩을 잔뜩넣고 옛날에 쓰던 절구방망이로 찧는데 왜이리 방망이는 무거운지...옷을 두텁게 입고 찧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전 얇은 반팔 하나 마저도 등에 걸치며 비지 땀을 흘려가며 전 암소리 못하고 찧어야만 했습니다.
엄마가 잠깐 주방으로 들어갈라 치면 잠시나마 쉬고 또 나오시면 열심히 찧는척...힘안드는척...해야만 엄마가 마음이 편하실것만 같았지요.....
이렇게 힘든거 하지말라고 해년마다 말리지만 메주를 끓여야 집안이 우한이 없다는 속설을 믿으셨지요...된장.고추장 모두 사먹으면 될걸 왜 궂이 하시나 싶어 짜증날때도 많았지요...하지만 결혼을 하고보니 정말 집에서 만든 고추장.된장이 훨 맛있고 또 막상 사먹을려고 하니 돈이 아깝더라구요.그래서 이번해는 더더욱 암소리를 못했습니다..
승희님은 메주 집에서 찧어보셨나요!!찧다보니 요령이 생기데요..수직으로 무조건 찧지말고 비스듬히 기울여 찧어야만 덜 힘들고 많이 찧어진다는 사실...그리고 절구방망이를 위로 올릴때 그냥올리면 메주콩의 끈끈함때문에 잘 안올려지니까 살짝 돌려서 올려야 한다는 사실....그래도 안하던 일을 해서인지 좀 어깨가 아프네요...힘도 없구.......
메주를 만드는데 엄마가 그러셨어요..메주를 이쁘게 만들어야 나중에 아이도 이쁜아이를 낳는다구...왜이리 옛것을 그대로 믿으시는지....들은척 만척했지만 저의 손은 좀더 예쁘게 만들기위해 모양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너무 웃음이 나왔습니다..그래도 이쁜 아이는 낳고 싶어서
대충대충 만들지 않고 정성을 들여 만드나 싶으니.....
직사각형으로 반듯반듯하게 만들어놓은 메주를 들여다보니 사실 제마음이 너무 뿌듯했답니다...이제 맘편하게 하루를 보낼수 있을것 같아서....
이제 또 몇일 후면 김장을 하신다고 서두르시겠지요..마늘도 몇일을 저녁마다 까서 놓았는지 한통이나되더라구요...이제 좀 편하게 사시면 좋으련만
자식들 다 싸주려고 김장도 작년보다 더 많이 하신다고 합니다..두식구가 얼마나 먹어서 그러냐며 뭐라 하지만 들은척 만척...부모마음은 그게 아닌가 봅니다..아직은 저도 그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철부지 딸이지만 먼 훗난 저도 그나이가되면 그 깊은 뜻을 알려나 모르겠습니다..
이제 저도 밀린 빨래도 하고 창문을 활짝열고 대청소를 할까 합니다..조금 덜 추울때 환기를 시켜야 이번 겨울을 건강하게 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