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 곤지 찍던 날 ^^

연지 곤지 찍은 날이 바로 11월 7일 이래요. 산에 들에 울긋불긋 오색 물결로 수 놓을 때 82년 11월 7일날 우리는 변치 말고 살자고 굳은 맹세 했던 날 바로 연지 곤지 찍던 날입니다. 어른들과 함께 살면서 우리 아이 셋 키우고 말썽쟁이 조카까지 덤으로 키우면서 내 속은 까만 숯덩이처럼 무던히도 썩었지만 열심히 피땀 흘린 결실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남편의 훈훈한 인정으로 기쁨과 보람을 찾을 수 있었고 마음까지 살찐 것 같아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추석 다음 날 큰 아들이 팔이 부러져 금속까지 넣는 대수술을 하고 아들 간호하다 나까지 쓰러져 애지중지 길렀던 긴머리까지 잘라야 할 정도로 심각했었는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둘째 아들이 교통사고로 십년감수 했지만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크게 다치지 않았으니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하고 우리집 우환은 10월의 마지막까지 뚝 마무리 하고 11월 달은 좋은일만 있길 바라며 결혼하고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냈으면 합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보는 사람마다 그 아까운 머리 왜 잘랐느냐고 물을 때마다 눈물을 삭히며 얼렁뚱땅 쓴 웃음으로 넘기지만 싹둑 잘린 내 머리가 실감이 나지 않아 자꾸 손이 가지네요. 외모에 신경 안 쓰는 무뚝뚝한 남편일줄 알았는데 '서푼도 안 되는 머리칼 엿 사먹는 세상도 아닐텐데 잘 보관해놔!'라는 말을 한걸 보면 아마 어쩌면 나보다 더 허전하지 않을까? 인상이 아빠! 나 당신 만났을 때 이 모습 이대로 처음 만났었지? 그때 생각하면 못할게 뭐 있겠어? 그깟 머리 또 기르면 되지. 저 이렇게 큰 소리 뻥뻥치지만 옥비녀 꽃을 날이 다시 돌아올지 까마득하네요. 여성시대를 통해 요즘 너무 힘들어하는 남편에게 위안이 됐으면해서 글을 올리게 됐네요. 그리고 우리집 두 대학생 큰아들 작은아들 어깨 펴고 힘내라. 힘!!! 준비가 되신다면 류계영씨의 인생 주제곡 들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편번호 : 590-924 주소 : 전라북도 정읍시 태인면 태성리 향교 5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