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로
참 많이도 걸어온 길이었습니다
아무도 돌아봐주지 않았던 외로운 길이었고
어느누구도 내 곁을 채워주지 않았던 길
쉽사리 던져버릴 수 있는 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만치서 바라볼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길
오래토록 무섭게 아프게 참 많이도 걸어온 길이었습니다
서운한 인생은 약속하지 말아야겠습니다
핑계없는 무덤처럼 내 인생은 그랬습니다
내것이 아니라고 거짓말로 숨길 수 없는
네 것으로 떠넘기기엔 훨씬 늦으버린
뼈 마디마디 파묻힌 원망 또한 숲으로 덮어버린
우리네 인생은 그렇게 약속되지 않았습니다
옆 집 아가씨가 시집을 갔습니다
눈물로 하루하루를 꿈처럼 아득하게 수 놓더니
아버지의 옷자락에 슬픔을 매어놓더니
동생들 방 구석에 편지한통 던져 놓더니
그새 단장하고 다른 인연찾아 갔습니다
엄마 없는 하늘아래서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곱게 빗어넘긴 까만 생머리 아줌마가 계십니다
이제 그만 당신의 수고를 인정하시려나 봅니다
거친 손가락에 구리반지 하나 끼워둡니다
구수한 된장찌개 어제부터 끓여대는 아줌마십니다
참 많이도 걸어온 길 이젠 멈출 때가 되었습니다
동무따라 세월따라 참 많이도 걸어왔습니다
구슬픈 흐느낌이 참 많이도 흐뭇해보이는 아줌마십니다
부끄럽지만 모선경이 썼습니다.
모 선경(남원시 월락동 157-22번지 2층 오른쪽 59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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