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엊그제 딸아이와 함께 거마로 근처에 있는 근린공원에 다녀왔습니다. "유진아? 우리 숲속마을에 놀러갈까?" 하니까 아이가 "엉" 하길래 마트에서 김밥(원래 두 줄 사려고 했는데 반짝 세일한다며 세 줄 주길래 얼른 받아 왔습니다)과 아이가 좋아하는 바나나를 조금 샀고, 단풍 든 산에서 추억을 찍어 오려고 카메라도 유모차에 싣고 단단히 준비를 해서 갔지요. 랄라 룰루~ 노래를 부르며 도착해 보니 엉? 온통 소나무 뿐, 단풍나무나 은행나무는 없었어요.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아이는 태어나서 처음 와 보는 곳이라서 그런지 신기해 하며 도착하자 마자 화장실에 들러 영역 표시(?)를 하고, 작은 동산 아래에 있는 놀이터에서 흙장난을 하며 놀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기다렸던 시간.. 바로 김밥을 먹는 시간이 되어 낑낑대며 유모차를 동산까지 끌고 올라가 정자에 앉아 맛나게 김밥을 먹고, 마침 근처에서 우유 대리점을 하던 친정교회의 아는 오빠와 동창이 왔길래 사진 한 번 찍어주고 바나나도 같이 먹었습니다. 평소의 바나나 맛과는 달랐어요. 이런 맛 처음이야. 음~~~
둘은 내려가고 이제 남은 건 딸 아이와 저 둘 뿐. '이제부터 무슨 놀이를 하고 놀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발 밑에 솔방울이 보이는 거예요. 그때 언뜻 EBS에서 솔방울을 가지고 예쁜 아치형 장식품을 만들던 걸 봤던 기억이 나서 솔방울 줍기를 시작했죠. "유진아, 우리 솔방울 주울까? "좋아" 제가 솔방울을 한 개 주으면 아이도 줍겠다고 난리였어요. 그런데, 이런 횡재가 있을까요? 그곳엔 도토리 나무도 있었나봐요. 도토리를 주운 아이는 "이게 뭐야?" 하며 처음 보는 열매를 보고 신기해 했죠. "도토리야" 저는 '더 예쁜 아치를 만들 수 있겠구나. 남편한테도 보여줘야지?!' 하며 열심히 주웠어요. 솔방울을 들고 있는 아이 사진도 몇 장 찍었구요. 그런데... 갑자기 날씨가 어두워지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어? 어제 일기예보에 낮에 잠깐 비가 내린다더니 정말인가보네?' 하며 전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무작정 뛰기 시작했어요. 근처에 있다는 친정교회 오빠의 우유 대리점으로 갈 생각으로요. 그런데 아무리 가도 그곳은 안 나오고 처음보는 곳만 나오는 거예요. 길을 잃은 거였어요. 한참을 가다 오른쪽 건물을 보니 왠걸. 효문여중이 나오는거 아니겠어요? 제가 가야 할 곳은 흥건 2차 아파트 골목인데.. 하는 수 없이 왔던 길을 되돌아 와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제가 가야 할 곳을 찾아 갔답니다. 우유 대리점을 찾고 나서야 안심이 되더군요. 정말 즐겁고도 섬찟한 경험이었어요. 집에 돌아 오는 길에 국화꽃을 조금 사다가 꽃병에 꽂아 두었어요. 그걸 보고 있자니 조금 안정이 되는 듯 하더군요. 오늘 그때 찍었던 사진 속 딸 아이의 해맑은 모습과 솔방울, 도토리, 그리고 국화꽃을 보고 있자니 그때의 즐거웠던 한 때로 다시 돌아간 듯 즐겁더군요. 여시님들 사시는 곳 근처엔 그런 공원 없나요? 한 번 시간 되시면 가 보세요. 너무 좋아요. 아이에게도 좋은 추억이 될 거예요. 그럼, 다른 분 들도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라며 이만 긴.... 사연 마감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