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운동화

엄마 운동화 사 주세요오~~ 응? 무슨 운동화를 또 사니? 저번에 엄마가 사 주신거느은~ 제가 신고 싶어하는 운동화가 아니었어요 그러니 새로 나온 디자인으로 하나만 더 사 주세요오~~` 아니이~~ 그 저번에 사준 신발도 아직 멀쩡한데 또 신발을 사 달래는 소리가 나와? 엄마아~~ 그것은 신발도 작아졌고 뒷굽도 낡아져서 신을수가 없다구요오~~ 야아~~~ 옛날에 엄마느은~~~ 금방이라도 입밖으로 튀어 나오려는 말을 삼켜 버립니다 이런 얘기를 한들.. 저 아이가 얼마나 이해를 할까 싶었지요 쓰잘데기 없는 가스나 중핵교는 보내서 뭣에다 쓴다냐아~~~ 시며 반대하시던 할머니와 묵묵히 할머니 말씀을 따르시던 아부지 그 두분의 반대를 무릎쓰고 그래도 공부를 잘 하니께에 중핵교는 보내야 하지 않겠느냐..며 우기시는 엄마덕에 간신히 중학교에 입학 할수가 있었지요 몇마지기의 논농사로 이어가는 빤한 살림에 아버지마져 돌아가시고 나자 엄마의 고생은 이루 다 말할수가 없었어요 이른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몸이 부서져라 일하시는 엄마 어렵다고 힘들다고 말씀은 하지 않으셨어도 훤히 눈에 보이는 살림 필요한 물건이 있어도 사 달래는 소리도 못하고 엄마의 눈치만 살피곤 했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인가 국어를 담당하시던 선생님께서 저를 부르시더니.. 그것 벗고오~~ 저기 있는 저 신발 한번 신어 봐라~` 하시는 거였어요 손끝을 따라 바라본 신발장 한켠에 누군가 신다버린 운동화 한 켤레가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뒷부분이 너덜너덜해서 속이 다 보이는 제 파란운동화보다는 상태가 훨씬 좋았지만 전 그 신발을 손에 잡을수가 없었어요 차라리 모른척이라도 하실 일이지~~` 구겨진 자존심에 감홍시처럼 벌겋게 달아 오른 얼굴로 뒷걸음 치듯이 물러나와서는 화장실 뒷켠에서 얼마를 울었었는지~~ 그래도 집에 돌아 온 저는 엄마에게 운동화 사 달래는 말을 하지 못했어요 낮에 학교에서 있었던 일은 더더욱 꺼내지도 못했구요 며칠이 지난 어느날 잠시 짬이 난 엄마가 제 신발을 보셨는지.. 아이구... 이것아아~~ 신발이 그 지경이면 말을 해야지 말을을~~~ 하시며 오늘 현자네서 일하고 품삯 받아 온게 있으니 내일 당장 신발을 사라시며.. 제 손에 꼬옥 쥐어 주셨지요 그땐 살살 아껴서 신는다고 해도 왜 그리도 빨리 떨어졌는지.. 중학교까지 왕복 두시간 거리 도중에 버스를 탈수 있는 구간이 나오지만.. 몇푼 안되는 버스비가 아까워 먼지가 풀풀나는 포장이 안 된 자갈길을 무거운 책가방을 낑낑거리며 들고 다니곤 했으니.. 헝겊으로 얇게 만들어진 그 파란운동화가 얼마나 견뎌낼 수 있었겠어요 요즘 아이들이 물건 귀한 줄 모른다고 어른들이 한탄하듯이 말씀하시곤 합니다 대학교 근처에서 장사를 하다보니 그 말이 피부에 와 닿더라구요 멀쩡한 운동화가 쓰레기장에 나 뒹굴고 귓굽이 살짝 벗겨진 새구두가 나와 있기도 하구요 그냥 버리기가 아까워서 애들아빠한테 그냐앙~~작업화로라도 신어보면 안될까?~~~ 하면 요새 신발들은 앞쪽이 뾰족해서 당최 신을수가 있어야지이~~ 그리고 웬 발들은 그리도 큰겨어~~ 하며 못내 아쉬워합니다 그래도 끝내 버리지 못하고 가게 한 켠에 다소곳이 자리하는 주인없는 신발들을 바라보곤 합니다 그런데 제 아이는 그러지 않을거라 생각했었는데.. 무언가 필요하다고 하면 응 그래 알았어..엄마가 생각해 보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그때가서 사 줄께에~~ 하며 얼마간의 여유를 두고 이러이러해서 꼭 필요하니까 사는거야아~~ 라는 단서를 붙이고 사주곤 했었지요 초등학교를 거쳐 중학교 일학년이 될때까지 잘 수긍하며 돈이 생기면 무조건 모으던 아이가 중2가 되면서부터 엄아 옷이 없어요 다른애들은 옷도 몇벌씩 되는데..저도 한벌만 더 사 주세요오~~ 신발도 요즘 새로 나온걸로 하나만 더 사 주시구요..합니다 날마다 교복입고 학교에 가는데 옷은 외출복 한벌이면 충분하구.. 신발은 갈아 신을거만 있으면 되지 않니이~~? 아빠는 네가 신다만 신발 신고 다니시는데.. 아빠한테 미안하지도 않어~~ 했지요 대답은 네 알았어요~~ 하지만 뾰루퉁해진 입을 보면 여전히 제 바램을 버리지 못하는게 훤히 보입니다 하지만 못본척~~ 우리아들 착하네에~` 엄마말을 이해해 줘서 넘넘 고마워...하며 어깨를 다독거려 줍니다 아빠는 직접 티셔츠 하나 사입지 않을 정도로 검소하고 저 또한 있는 옷 깨끗하게 빨아서 입으면 된다고 생각하며 살아 왔는데.. 어쩔수 없이 세상 흐름에 젖어가는 아이를 보며 더 이상은 다가가지 말고 지금처럼만이라도 엄마말에 수긍하고 따라준다면..하는 바램을 가져 봅니다 그래도 우리 아들 많이 착하지요? 안녕하세요..윤승희 조형곤 이작가님 점점 깊어가는 가을속에 기온이 점점 내려감을 느낍니다 이제 밤이면 제법 한기가 느껴지던데요 감기 조심하시고...늘 웃음이 피어나는 여성시대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