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윤승희씨, 조형곤씨, 그리고 이작가님.
저 처음으로 조형곤씨 뵈었어요. 오늘 편지쇼 갔다가.
남편과, 아이, 그리고 저는 10분 쯤 늦게 행사장에 도착했었는데 근처에 차를 주차하다 들어보니 낯 익은 목소리의 MC 한 분이 김혜연씨와 인터뷰 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바로 윤승희씨였죠. 라디오에서만 듣다 이렇게 밖에서 목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새로웠어요. 남편도 한 마디 하더라구요. "역시 라디오 진행 하시는 분이라 그런지 목소리가 조용 조용 하시구만" 하구요.
저는 며칠 전 부터 저녁 식사 후 운동을 하면서 '편지쇼 주제가 뭘까?' 하고 생각을 해 봤었답니다. 그리고 '만일 이런 주제가 주어지면 이런 내용을 적어야 겠다' 라고 미리 계획도 세웠었지요. 누구에게 보내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받을 사람에게 줄 작은 선물도 준비했구요. 바로 예쁜 은행잎 2장과, 단풍잎 2장요(사실 좋은 점수 받기 위한 제 계략이기도 했지만요) 그 때 까지도 편지쇼 참여 접수도 안 했으면서도요. 여성시대 홈페이지를 방문했다가 편지쇼 접수를 받는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망설이고만 있던 때였지요. 그런데 결정적으로 참여 해야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만든 건 바로 여성시대 6.7월 호를 보고나서 였어요. 여시카페 회원들의 활동하는 모습이 너무 부럽게 느껴졌기 때문이었지요. 그래서, 편지쇼 이틀 전 쯤 인터넷에 접수를 마치고 행사 당일 까지도 아이 문제로 고심을 하고 있었는데 .... 하나님이 보우하사... 남편이 다행히도 오늘 쉬는 날이라는 거예요. 격주로 토요일, 일요일 이틀을 쉬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그렇게 쉬어본 적이 없고 겨우 일요일만 쉬던 남편이 이번 주엔 토요일도 쉬게 되었다니 정말 하나님이 도우셨다는 생각 밖에 할 수가 없더군요.
편지쇼 행사장에 저 보다 먼저 와 계신 분 중 낯이 익은 분들이 계셨으니 바로 지난 시청자 소감 공모에서 저와 함께 장려상을 받아 친해지게 된 모선경(닉네임 재키경)님 부부였어요. 두 번째 만나니 정말 반갑더군요. 고맙게도 저희 딸 아이에게 아이스크림도 사 주셨어요. 이 자리를 빌어 고마웠다는 말씀 한 번 더 드리고 싶네요.
남편이 아이와 놀고 있는 동안 저는 편지쇼 주제 중 제가 예상했던 주제인 "친구"라는 주제를 골라 편지를 썼습니다. 사회 초년생 때 같이 근무했던 "유주연"이라는 여자친구에게 썼는데 편지를 쓰고 있자니 그 때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생각나 너무 행복했습니다. 처음엔 습작을 하고 끝나기 30분 전 쯤 부터 정성들여 편지지에 옮겨 적었는데 편지 쓰는 자세가 너무 안 좋아서 였는지 팔이 아파서 생각만큼 빨리 옮겨 적을 수가 없어 마무리 시간이 다 되었어도 전 절반 밖에 적지 못했었지 뭐예요. 게다가 아빠와 잘 놀던 아이까지도 유독히 더 제게 와서 방해를 했구요. 그런데, 그 때 마침 편지지에 앉아 제 가슴을 뛰게 만든 이가 있었으니... 바로 예쁜 고추잠자리 였답니다.(고추 잠자리가 제 친구보다 먼저 제 편지를 읽고 간 셈이죠) 정말 무어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환상적인 기분이었답니다. 편지를 마무리 할 시간쯤에 또 한 번 날아왔다 갔어요. 이렇게 두 번씩이나 고추잠자리와의 만남을 가지면서 전 '누가 이 장면을 한 번 찍어 주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 했었어요. 만일 요즘 나온 사진촬영도 되는 핸드폰이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러면 모처럼 방문했던 잠자리는 이미 날아가고 없었겠죠?
제가 편지를 애써 마무리 하고 있을 즈음 벌써 편지를 다 쓰신 여시님들은 모여서 기념촬영을 하고 계시더군요. 저는 힐끗 힐끗 그 곳을 쳐다보면서 '나도 저 분들 만나 인사도 나누고 기념 촬영도 해야 하는데...' 하면서 저의 느린 팔 만을 원망했답니다. 편지 마지막 장엔 준비했던 은행잎과 단풍잎을 정성들여 붙이고, 무사히 접수를 마쳤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려고 짐을 챙기고 있을 때, 모선경님이 여시님들과 함께 이야기나 나누고 가라고 말씀하셨었지만 피곤하니 그냥 돌아가자는 남편의 눈짓을 피하기 힘들어 그냥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제가 남편에게 조용히 말했어요. "아이 보기 힘들었지?" 하구요. 그러자 남편은 "아이 보기가 힘든 게 아니라 오늘은 왠지 아침부터 몸이 피곤했는데 이렇게 아이와 함께 있다 보니 더 피곤한 것 같다"고만 할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고마운 남편..... 아참! 그리고, 제 남편이 조형곤씨를 언젠가 뵌 것 같다네요. 작은 아주버님의 친구이신 것 같다며 임실 신평 분인지 한 번 알아 보라고 하네요?(혹시 그곳 출신 맞으세요?)
집에 도착해서 남편은 피곤해 하며 잠시 눈을 붙였고, 그 사이 저는 아이를 씻기고, 아이가 먹고 싶다는 누릉지를 끓여 먹였습니다. 잠시 후, 조금 피곤이 풀렸는지 남편은 일어나서는 저희가 자주 가는 별미집에 저녁을 먹으로 가자는 거였습니다. 오늘따라 추어탕이 그렇게 먹고 싶다지 뭐예요. 저는 항아리 수제비를 먹었습니다. 정말 맛있고, 배부르게 먹었어요. 계산은 돈을 내려는 남편보다 앞서 계산대로 달려가서 제가 했습니다. 오늘 제 덕에 무척 많이 수고한 남편을 기쁘게 해 주기 위해서요. 그래봤자 그 돈 주머니가, 그 돈 주머니 이지만요.
참으로 즐겁고도, 힘겹고도, 기 ~~~~~~~~ 인 하루였습니다.
내일 아침에 남편이 "이젠 그런데 일랑 참석할 생각도 하지 말라" 는 소리만 하지 않길 바라면서 이만 줄이고 잠을 청하려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즐거운 한 주 되시길...
참! 이 작가님, 이 글 언제나 소개 되나요? 알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는데. 왜냐하면요... 제 딸 아이가 꼭 여성시대 할 시간쯤 되면 "엄마! 우리 소꿉놀이 하러 밖에 나갈까?" 하고 말하거든요. 이해 해 주세요.
2003. 10. 18. 토. 여성시대 편지쇼에 다녀와서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 1가 764-1 주공@ 601/102 에 사는
이미화 드림.
902-9535
신청곡 : 김장훈의 "사노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