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무거운 생일

여름다운 여름을 못 보냈음이 못내 서운해서랄까 아직까지 반팔을 입고 집을 나서는데 당황스러울만큼 가을이 잔뜩 자리하고 있더군요. 쌀쌀해진 아침공기... 희게 바래지는 억새풀... 40대가 되고보니 이맘때쯤 감각이 자꾸 예민해져옴을 느낍니다. 참 저 오늘 생일이거든요 그래서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부지런을 떨어서 시댁으로 향했답니다. 아침일찍 어머님은 미역국을 끓이고 나물 무치고 못난 며느리 생일상을 차리셨나봅니다 설겆이를 하는데 어머님은 "니기만 김치냉장고 없으니까 요번에 하나 사주랴" 하시는거예요 사실 직장다닌다고 일요일날 김치는 필수고 밑반찬이며 다듬은파 곱게 찧은 마늘 깨소금 하나에서 열까지 챙겨주시는 어머님께 죄스러웠는데 냉큼 "녜" 할 순 없고 집이 좁아서 놓을자리도 없어요 하고 대답했거든요 결혼 15년이 넘도록 며느리 노릇 한번 제대로 못하는데 한 없이 베풀어 주시는 어머님 사랑때문에 편하게 회사다니면서 살림하고 있지만 마음은 늘 무겁고 미안함만 앞섭니다 남편이나 애들선물은 고마웁고 감동이있지만 어머님께서 해 주시는 선물은 아픔이네요 언제나 어머님께 효도할 수 있는날이 올런지.. 그리고 신청곡이 있거든요 김동욱의 미련한 사랑 될까요 늦었지만 추석 잘 지내셨는지 안부 전할께요 작가님 저번에 답글로 용기주신거 고맙구요 익산시 영등동 제일 4차 601동 60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