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를 입으신 분들께

저는 이번 태풍 '매미'로 작지만 그래도 생각지도 않은 수해를 입었습니다. 그러니까 태풍이 막 저희 전라도를 지나갈 무렵인 13일 9시경의 일이예요 그저 태풍으로 여기저기 나쁜 소식들만 들리는 뉴스를 무심코 보고 있는데 저희집에는 창고로 쓰려고 임시로 만들어 놓은 작은 방에서 갑자기 '퍽'하는 소리가 나더라구요 그래 부리나케 달려가 봤더니 어느새 옆창문으로 비가 들어와 방에는 제법 많은 물이 차 있었습니다. 시골에서 아빠가 보내 주셨던 쌀이며 추석때 먹고 남은 사과에 아이가 좀 크면 주려고 얻어온 자전거 등등 모두 다 물에 잠겨 있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은 연휴에도 못 쉬고 야근을 하러 직장에 갔던 터라 저는 이제 백일도 않된 아이를 안고는 어찌할 줄 몰라했지요 그래도 더 물이 차기 전에 빨리 손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선 아이를 재우고는 물이 들어오는 창문을 비닐로 막았고는 물에 잠겨 있던 것들을 안전한 곳에 옮겨 놓고 물을 퍼내기 시작했지요 그렇게 하기를 3시간여만에 비도 좀 그치고 물도 어느정도 빠졌습니다. 물을 퍼 내는 그 3시간이 제겐 너무나 힘든 시간이였어요 그렇게 물이 빠진 저희집 창고는 정말이지 아수라장이였어요 워낙 바람이 심하게 불면서 비가 온 이유도 있었지만 창문이 좀 허술했었고 우리 집에는 별 재난이 발행하지 않겠지 하고는 창고를 그냥 막 지었던 것도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했어요 늘 수해니 수재민이니 하는 일들을 남의 집 불구경하듯 했는데 사람이 막상 그일을 닥쳐보니 그들의 마음이 어떨지 조금 이해 할 수 있었습니다. 경상도와 제주도를 강타한 비로 정말이지 많은 수재민들이 또 생기셨더군요 저희 집은 다행이도 창고하나와 곡식들 조금을 손해 보았는데도 이렇게 가슴이 답답하고 막막한데 자신이 가진 삶의 터전을 잃으신 분들 일년 내내 힘들게 지은 농사의 결실들을 하루 아침에 잃으신 분들의 마음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니 저절로 머리가 숙여졌습니다. 이런말이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할것이라는 걸 알지만 수해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 힘내시라고 전하고 전하고 싶어요 용기내시라구요 여러분들을 위해 기도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잊지 마시라구요 그러니깐 꼭 다시 일어서시라고요 익산시 신동 89-1번지 김희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