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바라보는 달과 별
- 갈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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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09-15 11:18
- 둘다섯의 '서울 구경'
아이를 키우다 보면 정말 본의 아니게 깜짝 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희한한 상상으로 질문도 하고...
그래서 순간적으로 뭐라 대답을 해야 할까 싶어서 망설였던 적도 있구요.
어제는 추석이라고 경기도에 있는 시댁을 찾았다가 느즈막히 귀향길에 나서던 중이었습니다.
도로를 달리는데 남편이 갑자기
"여보! 우리 바다 가자..뭐 이렇게 급하게 갈 이유 없잖아?
오늘 중에만 집에 도착하면 되지 않을까? 당신 추석이라고 뭐..고생 많이 한 것 내 알지..우리 바다바람 씨원하게 쐬고 가자..좋지?"
하는데 그 말도 맞는 것 같았습니다.
또 고종 사촌에게 장난감 만진다고 실컷 얻어 맞았던 우리 아이들이 불쌍하기도 해서 넓은 바다 내음새를 맡게 해 주는 것이 정말 좋을 성 싶었습니다.
넓게 트인 대천 해수욕장은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서 한가했습니다.
준비한 카메라로 사진도 찍어주니 행복이 슬슬 다가오는 것 같아 즐겁기만 했습니다.
시어머니 눈치 보고 늦게 온 시누이 상 차리며 또 수북히 쌓였던 설거지거리로 지겨웠던 날들도 금새 사라져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저만치서 모래사장을 걷던 아이가 저를 보며 소리를 지르는 게
"엄마! 여기 봐! 여기 별이 많아..그런데 하나도 안뜨거워..엄마가 별은 뜨겁다고 했잖아? 근데 짝아.이거 애기 별이야.."
하는데 무슨 말인가 싶어 달려가보았습니다.
세상에..
아이가 말한 것은 바로 불가사리..
바짝 말라버린 불가사리는 정말 아이가 말한 대로 별의 모양 그대로였지요.
가끔씩 우리 아이가 밤길을 걷자면 무슨 오만가지 질문을 많이 하는지
"엄마! 별은 왜 하늘에 있어? 여기 내려오면 나랑 놀 수있는데?
왜 달님은 저렇게 나만 봐? 내가 저기 가면 저기로 따라와! 집으로 들어가려면 또 따라와!"
하는 아들이 언젠가 별에 대해서 물어본 기억이 났습니다.
그 떄 대충 둘러댄다는 것이
"응 별은 하늘에 떠 있어야 돼. 만일 땅에 떨어지면 뜨거워서 안돼..!"
하며 말입니다.
그러자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을 하였는데..
모래사장에 별 모양의 불가사리가 별인줄 알고 아이가 화들짝 놀라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몰랐습니다.
엄마 말이 사실이라면
별은 분명이 뜨겁고 커야 하는데...
기껏해야 지 손바닥 만한 것이고 또 전혀 뜨겁지도 않는 것을 보면 엄마의 말이 영낙없는 거짓말 아니겠습니까?
저는 서둘러서 설명을 했습니다.
바다에 사는 별은 하나도 뜨거운 것이 아니야...
그리고 이것은 또 다른 이름이 있는데 이걸 불가사리라고 한단다..(휴...안심!!!)
그러자 뭔가 조금 아쉬운 듯 하지만 그래도 이해는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데...
우리 부부는 둘이서 같이 약속을 했습니다.
아이의 상상력이나 생각을 무시하지 않고 언제나 그 인격을 존중하되
자유로운 성장을 위해서 그저 대신 해 주는 부모가 아닌 옆에서 조금만 도와주는 사람이 되자..
그리고 아이가 커서 엄마와 아빠를 생각할 때 우리 부모님 같은 삶을 살고 싶다라는 말을 할 수있을 만큼의 정직한 사람이 되자...라고 말입니다.
문득 숙연해진 저희 부부는
마치 양반처럼 걸음도 조심스럽게 걸어서 차로 돌아왔고... ^^
차 안에서 절대로 장난도 하지 않는 채
조용히 돌아왔습니다.*^^*
아무튼 착하고 정직하게 살자는 저희 부부는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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