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전 막내딸이었다구요!!!!-추석특집 -

안녕하세요 윤승희 조형곤씨! 정말 오랫만에 사연을 올리네요. 오늘 이렇게 사연을 올린건 결혼전 막내딸이었전 제가 우여곡절끝에 완벽한 큰며느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한번 얘기해보려구요. 1남3녀중 막내딸인 전 위로 언니들이 두명이나 있어서 결혼전엔 명절이되면 그동안 못만났던 친구들 만나고 집에 오는 친척들 아이 돌봐주는정도로 막내의 소임을 다 했었어요. 그런데 결혼을 하고난 그해 - 추석을 맞으며 전 완전히 결혼전의 생활을 청산하고 아주 얌전하고 음식잘하는 며느리가 되어야 했답니다. 시어머니께선 12년이란 긴시간동안 식당을 하셔서 며느리를 보면 가게에선 몰라도 집에서만큼은 아예 부엌일에 신경을 끊으리라 벼르고 계셨던 모양이에요. 시집와서 처음맞는 명절이고보니 전 어머니께 잘보이고싶은 욕심에 차례상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냐며 마치 제가 모든것을 다 할것처럼 여쭤보았어요. 근데 저희어머닌 한술 더 떠서 "결혼전 하던대로만 해라.뭐 우리집은 아버지가 안계시니 형식같은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니 네가 정성껏 아버님 차례상 준비하면 나야 전혀 신경안쓰고 잘됐구나.그냥 성의껏만 준비하면 돼" 마치 기다렸리셨다는듯 어머니께선 무조건 알아서 하라는 거에요. 그냥 전 예의상 한번 의욕을 보인거 뿐인데 어머닌 바로 저에게 부엌에서의 모든 권한을 물려주신거죠. 정말 난감했어요. 그해 추석 두달전에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어디에 전화를 걸어 물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못한다고 하자니 처음부터 어머니께 찍힐거 같아 그거역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더라구요. 지금생각하면 그땐 당연히 못한다고 했어야 했는데 무슨 베짱인지 일단 장을 보기로 했어요. 결혼전에 엄마가 장에 다니실때 몇번 따라다니며 봐둔걸 기억하고 또 물건파는 사람들에게 직접 묻기도 해가며 대충 장보기를 마치니 음식을 도대체 무엇부터 해야할지 엄두가 안나는거에요. 저희 친정은 명절을 제외하고도 일년에 제사가 8번이나 있어서 제사상 차리는거 장난이 아니거든요. 전이며 생선이며 뭐 이상한 고기산적으로 해서 아마 그음식을 다 하려면 저혼자선 꼬박 일주일은 해야할거에요. 남편에게 물으니 다행히 시댁에선 모두 약식으로 한다니 전도 두어종류만 하고 나물도 세종류 탕도 세종류 그렇게 모두 간단하게 했다고 하더군요. 일단은 남편과 힘을 합해 전을 부치고 나물이며 탕은 작은집에 전화를 걸어 대충 흉내를 냈죠. 저도 하면서 놀란건 그렇게 만든 음식이 모두 그럴듯해보였다는 겁니다. 대충 음식을 장만하고 어머니께 보였더니 기대이상으로 음식을 잘했다면 앞으론 정말 신경안써도 되겠다고 좋아하시는거 있죠. 거기에 제가 큰며느리로써 굳건하게 자리매김하기까지는 전주에 사시는 이모님도 한몫 단단히 하셨어요. 명절에 음식을 그렇게 저렇게 만들고 아침에 차례를 지낸뒤 어머니 친정쪽에서 식구들이 왔었는데 음식 잘하기로 소문난 이모님께서 제가 만든 나물을 맛보시고는 " 언니 이거 언니가 했어?정말 맛있다"하며 어머니께 한마디 하셨더니 울어머니 왈 "야 그거 내가 한거 아니고 우리 며느리가 한거야.난 그냥 별기대안하고 이번 음식준비 하라고 했더니 글쎄 혼자 전이며 나물이며 차례음식을 준비했지 뭐냐?그리고 맛은 또 얼마나 좋은지 내가 며느리 하나는 정말 잘 보았지 싶다"하고 계속 자랑을 하시는거에요. 그말씀을 듣고는 이모님도 저한테 갓시집온 새댁이 음식솜씨가 너무 좋다며 앞으로 종종 초대하라고 하시는거 있죠. 정말이지 우연이었는데 ... 그거 정말 운이 좋아 맛이 있었는데 식구들 모두 절 마치 요리사라도 되는양 칭찬하는 바람에 전 정말 그날 이후엔 요리책 사서 보고 인터넷으로 요리싸이트 뒤지는게 하루일과가 되어버릴 정도였어요. 지금요? 그래서 지금은 당연히 완벽한 큰며느리가 되었죠. 전주에서 어머님과 같이 살땐 어머님이 장을 봐 주시면 제가 다 알아서 준비를 했는데 남편직장땜에 광주로 이사온 이후 명절이 되면 제가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어머니 제가 음식 다 준비할테니깐 과일만 좀 사놓으세요"하고 아주 당당히 얘기하는 이젠 정말 우리시댁에서 없어서는 안될 아주귀한 큰며느리가 되었답니다. 솔직히 뭐 그다지 잘하진 않아도 혼자 애쓰고 어머님 조금이라도 더 쉬게 한다는 가상한 마음이 예쁜지 늘 우리 어머닌 제가 음식을 하면 무조건 다 맛있다며 명절을 기대하신답니다. 광주시 광산구 비아동 호반아파트 101동 1311호 나경화 062-457-36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