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나!! 벌써 밤이 벌어졌네에~~~~~~~~~
출근길에 길을 걷다가 살포시 미소짓는 밤송이를 보았어요
아직은 제 모습을 갖추지 못한 어설픈 풋밤이었지만 제 마음은 어느새 깊은 가을속으로 추억 여행을 떠났답니다
밤나무가 하나도 없던 저희집은 밤이 참 귀했어요
밤새 바람이 많이 불던 날 아침이면 저와 동생은 집앞에 서 있던 옥남이네 호두나무에서 떨어진 몇알의 호두를 주워다가 서랍속에 몰래 감추고는 밤작골에 있는 기성이네 산으로 달려가곤 했지요
바람이 떨어뜨린 그 밤들을 주우려구요
밤나무에서 제대로 돌아 떨어진 그 밤들은 벌레도 먹지 않았고 반지르르 윤기도 흘렀어요
통통하게 여물은 모습이 야물차기도 했구요
풀숲에 살짝 숨겨진 그 밤들을 풀을 젖혀가며 하나씩 주워서 주머니에 넣다보면 여기 볼록~~~ 저기 볼록~~~~
주머니가 다 채워져 넣을 곳이 없어지면 웃도리 앞자락을 접어서 거기에다 가득 채워넣곤 했어요..
그러면 그 모습이 어찌나 우습던지요
이슬에 젖은 바지가랭이는 축축한데다 주머니에 밤까지 가득 찼으니 자꾸만 아래로 벗겨지구...한손은 바지를 한손은 웃도리를 붙잡고 엉거주춤 서 있는 모습이 우스워서 서로를 쳐다보며 한참을 웃다 보면
저 만치서 기성이네 아버지가 올라 오시는 모습이 보였어요
"큰일 났다....빨리 숨자아~~~~~~`"
놀란 토끼마냥 잔뜩 숨을 죽이고 나무뒤에 숨어서 지나가시기를 기다리면
" 험~~~ 허엄~~~~"
두어번 헛기침을 하시고는 그냥 지나가셨지요
그 땐 그밤이 왜 그리도 맛이 있었던지~~
아궁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한쪽 껍질을 살짝 벗겨서 미쳐 사그러지지 않은 불속에 던져 놓으면 노랗게 돋아나는 속살..
입가에 까만숯이 묻은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까먹곤 했었는데..
지금은 앞뒷산에 밤이 천지인데도 밤나무 밑에 가기가 쉽지가 않더라구요
장사를 하느라 시간이 없기도 하지만 생활에 보탬이 되지 않은 것도 이유중에 하나겠지요
이제 서서히 도토리며 밤을 주우러 사람들이 산을 찾을 때가 되었네요
어머니께선 그 분들이 산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말리라고 하시지만 전 말이 떨어지지가 않더라구요
등뒤에 짊어진 베낭을 보면 밤이 귀하던 저의 어린시절을 보는 것 같구요
또 모든걸 알고 계시면서도 번번히 못 본척 너그러움으로 봐 주셨던 그 아저씨 생각도 납니다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시다는 말을 들었어요
다시는 뵙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 분의 따스했던 인정은 언제까지나 제 마음속에 훈훈한 온기로 남아 있을 거에요
올 가을엔 서랍속에 몰래 감추어 두었던 그 알밤들을 살며시 꺼내어 나의 소중한 이웃들과 함께 나누어 볼까 합니다
안녕하세요..조형곤 윤승희님
그리고 이 작가님
보내주신 상품은 고맙게 잘 받았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알찬 여성시대가 되기를 바랄게요
저도 열심히 참여하고자 노력할게요~~~~
T:063-263-6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