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 떠나신 추석.

추석이 다가오니 올 3월에 이 세상을 떠나신 시어머님이 생각납니다. 어머님이 계셨더라면 아마 지금쯤 우리집 대문 여닫는 소리로 요란스러울텐데 우리집은 절간 마냥 정적만 감돌고 있습니다. 며느리를 제쳐두고 당신이 직접 오일장에 가시어 생선이며 나물, 과일등을 미리미리 사다 나르시고 타지에서 살고 있는 일가친척들에게 안부를 물으시느라 하루 종일 전화를 붙들고 계시던 어머님. 그렇게 정정 하시던 분이 갑자기 응급실에 입원을 하시고 일주일 만에 저 세상으로 가시고 말았습니다. 시어머님 떠나시고 맞이하는 첫 추석. 새삼 집안 여기저기서 어머님의 흔적들이 떠올라 가슴이 아파옵니다. 사십을 훌쩍 넘긴 이 며느리가 못 미더워 사사건건 당신이 직접 하시지 안으시면 직성이 안풀리셨고 추석 음식 또한 손수 다 장만 하셨드랬는데 그 음식이라는 것이 분량이 어찌나 어마어마 한지 저로서는 입이 턱 벌어지고 말았지요. 옛날 시할아버지까지 모시고 사셨던 어머님은 식구가 모두 10명. 먹을 거리가 풍부하지 않았던 시절이기에 추석 같은 명절에 이것저것 많이 만들어 놓고 두고두고 드셨던 습성때문이려니 이해하면서도 다 먹지도 못하고 또 쓰레기 봉투로 들어 갈 생각을 하면 어찌나 음식이 아깝기만 하던지요. 그렇다고 시어머님께 이렇가 저렇다 의의를 달다가는 또 며칠 씨끄러울 것이고 꾹 참느라 참 마음고생도 많이 했지요. 그러다가 머리를 쓴다고 쓴 것이 몰래 어머님이 명령하신 음식 분량을 눈치 못채시게 삼분의 일쯤 살짝 떼어 내 냉동실에 감춰 두는 거 였는데 또 이것마져 들켜버려는 바람에 아휴~~~~ 우리 시어머니 당신 무시 했다고 일주일을 노벌대발 또 한바탕 난리가 났었는데 말그대로 대로 주고 말로 받았던 생각이 납니다. 그 뒤로 당신 마음대로 하시게 쓰다달다 말않고 아예 함구을 해버리고 말았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또 이 입다물고 산 세월이 마냥 죄송해지고 맙니다. "야~~ 이것 받어라"하시며 금방 문을 열고 들어 오실 것 같은 어머님. 돌아가시고 나니 이것저것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지만 막상 추석이 돌아오니 어머님 안계신 빈자리가 더 크게 다가옵니다. 살아 계실 때 좀 더 잘 해드리지 못한 후회로 맞이하는 추석이 무겁기만 합니다. 어머님이 떠나시고 처음 맞이하는 올 추석이 말못하게 복잡한 심정으로 다가오고 있네요. 어휴~~~~ 참! 사람 사는 게 뭔지...... 여성시대 여러분! 올 추석 행복하고 건강하게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신청곡 주문해도 되나요? 꼭 듣고 싶는데...... 양희은의 '부모'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