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한 소녀 이야기

못다한 소녀 이야기. 넓다란 신작로의 가로수는 10여년을 넘겼는지 훌쩍 키가 큰 미루나무가 여름엔 시원한 그늘을 날이면 날마다 만들어 주었다. 자갈을 골라 공기돌을 만들어 "많이 공기"라는 것을 하면서 그렇게 하루 해를 즐겼다. 어쩌다 트럭 한 대 지나가면 풀풀 날리는 모래 먼지로 머리 위는 항상 뽀얗게 흙으로 그을린 채로 놀았다. 언제 모였는지 아이들 손에는 낮과 비료푸대를 들고 나타났다가 해가 질 무렵이면 가까운 들로 산으로 그렇게 "깔"이란걸 하러갔다. 소 먹이로, 염소 먹이로, 토끼 먹이로, 그렇게들 열심히 집안 일을 도왔던 아이들과 한패가 되어 "젖을 짜는 흰 양"을 몰고 작은 야산으로 땀을 흘리며 다녔다. 어쩌다 보면 벌에 쏘여 펄쩍펄쩍 뛰다가도 그 양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부랴부랴 찾아 헤맸다. 그렇게 저녁이 가고 이른 새벽이 오면 따뜻하게 끓여 놓은 "생우유"를자전거에 싣고 집집마다 배달을 다녔다. 언제나 그것도 학교가기 전의 일이다. 신작로 자갈이 많은 날이면 넘어져 우유도 깨고 무릎도 다쳐 학교에 갈 때면 빨간 약으로 훈장을 달고 "오리"나 되는 길을 걸어가야 했다. 그렇게 학교를 파하고 집에 돌아오면 닭장에서는 우리 작은 손을 기다리는 닭이 목 놓아 반겨주었다. 서둘러 무거운 주전자를 들어 물을 주고 사료에 뜯어온 풀과 짚을 썰어서 섞어 만들어 놓은 모이를 주고 계란을 꺼내고 그것이 하루의 집안 마무리였다. 그렇게 세월을 넘어서 이렇게 40의 중년이 되고 보니 훈계보다 더 좋은 교육을 손수 겪고 보니 지금의 내가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는 동기가 된 것 같다 무엇이 두렵고, 무엇이 무서워 무언들 못할까? 싶다. 그렇게 아둔한 생활이였지만 지금의 난 아이가 있어 행복하고 온전한 가정이 있어 행복한 것을. 언제나 반겨주는 작은 나의 쉼터도 있고 정말 요즘처럼 행복한 삶이 또 있을까 싶다. 넘 행복해서 이 작은 공간이 너무너무 사랑스럽다. 앞으로 인생이 어떻든지 난 여전히 행복하다. 그것이 그때 느끼지 못한 소녀의 가슴이였던 것을........ 돌이켜 생각하니 철부지란 것을 이래서 하는 말인가 싶다. 하늘이 내게 있어 하루를 열게하고 그 하루에 충실이 살아줄 것을 기원하면서 더불어 사는 인생에게서 배움을 주는데....... 이제 덧 사는 인생이 아닌 내가 있음에 세월이 내게 존재하는 것을 잊어야 할 숙제가 있다면 잊어야하고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면 당당히 풀어 헤쳐 가야할 것을. 새로운 시간에게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며 살아봄직이 아마도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또 다른 날이 열리거든 열심히 살아보자. 욕심껏. 전북 완주군 소양면 대흥리 1018번지(우: 565-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