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출세한 며느리

저는 올해로 만 56세가 된 주부랍니다. 보통 여성들 같았으면 지금쯤 사위도 보고 며느리도 이미 봤을 나이지요. 헌데 우리 애들이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서 아직은 다 행히 할머니 소리는 듣지 않고 있지요. 저의 가족은 위로는 84세의 시어머님과 남편, 그리고 두 남매와 이렇게 다섯 식구가 그저 평범하게 살고 있답니다. 제가 오늘 올릴 글의 주인공은 바로 84세되신 우리 시어머님 얘 기랍니다.전 팔남매의 큰 며느리로 결혼한지 어느 듯 30년, 이 젠 친정보다는 시집에서 살아온 세월이 더 많아졌고 그만큼 시어 머님과의 동거기간도 참 길었지요. 제가 처음 결혼했을 때, 시어머님 연세가 지금의 저보다도 더 젊은 54세였답니다. 그치만 친정 어머니께서 사십대 중반이시라 시어머니께서는 정말 노인 같이만 여겨졌답니다. 실제로 오래된 신경통, 관절염때문에 정말 매일 안 아프신곳이 없어 항상 약으로 지내시드라고요. 그러나 세상사 모를게 사람의 명이라고..오히려 건강하시던 시아 버님께서 훨씬 먼저 돌아가시고 시어머님께서는 아직도 건재하시 지요. 얼마전 해드린 보약에 그 희던 머리카락도 점점 더 검어지 고 지금은 돋보기 없이도 바늘에 실도 꿰십니다. 귀 또한 밝아지셔서 작은 소리도 잘 듣게 되었고요. 그러나 사지 관절염과 신경통은 점점 더하셔서 거동이 매우 불편 하시긴 하지만 그래도 화장실출입은 혼자힘으로 하실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며 위안삼고 있었지요. 그런데 얼마 전에 저희 식구들은 모두 다 기절 초풍할만한 사건 이 있었답니다. 저희 시어머니 절 보시더니 갑자기 엄마~ 이러시지 뭡니까. 며느리보고 엄마라니... 아! 우리 가정에도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말았구나. 우리 부부는 그날 그만 기가 막히고 괴로워서 한숨으로 날을 지 새웠답니다. 병원에 모시고 갔더니 치매라고 하면서 원체 노환 으로 인한 거라서 어쩔 수 없다고 하드라고요. 곰곰 생각해보니 사실 몇 해 전부터 이런 초기 증상은 왔었던것 을 우린 그저 나이드셔서 건망증이 심해진 걸로 알았거든요. 그 좋아하시던 드라마 연속극을 잘 보시지 않으실 때부터 이미 알았어야 했는데... 그 후로도 텔레비젼을 보시다가 "저 사람들 뭘좀 먹여줘야 조용해질거다"라며 이상한 말씀도 하시구요. 심지어 그 앞에서 옷 조차 갈아입으려하시지 않드라고요. 어떻게 남정네들 앞에서 옷을 갈아입느냐?하시면서. 이젠 정말 하루가 다르게 증세가 악화되어가고 있답니다. 어느 때는 전화기를 드시고 누군가와 아주 오래 통화를 하시지요 물론 소리도 안나지만 공손하게 마지막 인사까지 하시곤 끊는답 니다. 옥상에 빨래를 널어두면 어느새 거기까지 올라가셔서 빨 래도 겆어오십니다. 가스레인지 불구멍 4개를 몽땅 켜두시기도 하시구요. 저녁이 되면 밖에서 누가 부르신다면 슬그머니 밖으 로 나가시려 해서 저희집에 자물쇠가 하나씩 늘어간답니다. 혹시 나 해서 이름과 연락처 새긴 목걸이와 팔찌를 해드렸건만 벌써 어디론가 없어졌드라고요. 식사 안드셨다고 우기시는 거는 기본이고 한여름에도 옷을 막 껴 입으시고, 이 더위에 전기장판까지 꺼내실땐 정말 아연실 색할 수 밖에 없지요. 결혼 30주년이라고 아들딸이 제주도 여행 보내드린다며 돈 모아 뒀다는데 시어머니 저러고 계신데 둘이서 여행다녀오기도 걸리 고 해서 먼훗날로 미뤄뒀습니다. 에구... 저희 어머니 미우나 고우나 그래도 제가 모시면 되지만 혹시 압 니까? 이게 30년 후의 내모습일지... 제가 처음 시집갔을 때 말이 맏며느리였지 제 위치가 가장 말단 이었거든요. 시부모님을 비롯하여 8남매, 아랫 시누이 시동생, 모두 다 어려 운 상전같았던 세월 속에서 어드 덧 제 나이도 환갑을 바라보게 돼었지요. 그동안 참 전 많이도 승진해서 드디어 시어머니의 엄마 로까지 불리게 되었네요. 아~~ 세상에서 저 만큼 고속 승진한 며느리 보셨나요? 전북 군산시 신영동 17-2 안향자 445-8292, 011-9912-5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