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김치를 먹으며..

그렇게 비가 내릴 줄 몰랐던거겠죠.. 추석이 오기전에 미리 김치를 준비해서 알맞게 맛을 들게 하려고 부모님은 그렇게 부산하게 김칫거리를 준비하신겁니다..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김치한번 담으려면 맛난 젓갈을 가지고오는 아저씨를 만나려고 장날을 기다리고, 졸린눈 비벼가면서 손톱밑아린 마늘 생강을 준비해야겠지요. 그것도 모르고 결혼해서 8년을 날름날름 김치를 가져다먹고, 것도 모자라 여름에먹는 작년김장김치를 남편이 좋아한다며 내놓으라고 큰소리를 쳤으니 그동안의 불효를 돌로 표시했다면 아마도 태산을 이루었을것입니다. 좀 이르다싶지만, 멀리사는 작은딸네집을 아버지와 함께 가시려고 미리 부지런히 김치를 담은신것입니다. 다녀오시지 얼마되시지 않으신데, 갑자기 일손을 놓으신 아빠의 남은 여유로 멀리 충북에까지 덜덜거리는 차를타고 먼 나들이를 하십니다. 지난번 무척 더운날에 이제 막 기저귀를 떼려는 막내외손주가 보고싶어 나섰다가 엄마는 동생네 집 대청소를, 아버지는 집근처의 풀을베고, 무거운것을 옮겨주고 제부가 시간없어 하지 못한일을 몽땅 해주고 오시구선 몸살이 나셨다는얘기를 들은지가 얼마 되지도 않은데, 그놈의 자식이 뭔지 자식네 김치떨어졌다는 잠깐의 얘기에도 자꾸만 그집 밥상에 김치가 없는것이 맘에 걸린다면서 그렇게 준비를 하신것이지요. '엄마 김치담았는데, 갖다주면 좋으련만 내일 니 동생집에 가야것다,,,올 수 있으면 왔으면 좋겠는데 왜이렇게 비가 온다냐,,,,김서방 힘들면 오지말고, 오려거든 천천히 조심해서 오너라~'하십니다. 그래서 갔었지요.... 아,,,,,부엌에 도대체 김치통이 몇개다냐,,,, 갑자기 마음이 막,,아파옵니다. 이렇게 비 오는데, 등이 축축하게 젖도록 부산하게 김치를 준비하신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습니다. 게다가 사위 몸 허약하다고 개고기를 삶아 얌전히도 준비해 놓으셨습니다. 아버지는 고기삶는 불조절을 하느라 아마도 반나절은 꼼짝없이 불옆에 계셨을겁니다.. 김치 얻어다먹는 자식도 부모마음을 모르는데, 보신할 고기를 얻어먹는 사위의 마음은 어떨까,,,,, 마치 죄를 지은양 그렇게 무거운 김치통과 잘난 사위의 몫을 챙겨서 차가 울컥할만큼 실어 올렸습니다.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않는 어둠속에서 두분은 우산을 나눠쓰시며 자꾸만 제아이에게 손을 흔들며 아쉬움을 차안으로 밀어넣습니다. 돌아와 김치통을 열어 손으로 집어먹어봅니다. 엄마냄새가 나는 듯 합니다. 먼훗날 엄마가 제곁에 안계실때면 제가 엄마의 몫을 안아야겠지요...동네에서 돼지잡으면 비개를 먹는자식네와 안먹는 자식네의 이름을 따로써서 얼려두신 부모님의 마음을 감히 제가 따라나 갈 수 있을지,,,, 마치 제 마음같은 빗속을 뚫고 돌아와 잘 왔다는 전화 한 통화에도 빨리 들어가서 다행이다,,,라고 끝까지 자식을 챙기는 부모가 될 수 있을지,,, 오늘 엄마의 김치를 상에 올리고보니, 부모님께서 이 빗속에 준비하신 때가 생각나 감히 세게 씹어낼수도 없습니다. 부모님, 항상 감사드리구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엄마김치 더 오래오래 먹고싶구요, 언제나 서로에게 우산을 받쳐줄 수 있을만큼 그렇게 건강하세요. 사랑해요.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 부영1차아파트 103동904호 242-10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