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희, 조형곤님,
비가 아주 많이 내리네요. 이런 날 두 분 목소리는 유난히 촉촉히 들리더군요.
요즘 제가 남편에게 배신감을 느껴서 이렇게 하소연이라도 할 양으로 몇 자 적습니다.
다름 아니라 제가 한 열흘 전쯤 갑자기 유행성 눈병에 걸리고 말았어요.
처음엔 그저 조금 따끔따끔 하더니 하룻밤 자고 났더니 눈곱이 끼고 빨갛게 부어 오르는 것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서둘러 병원에 다녀오고 비누며 수건, 대야 등을 따로 분리해 놓고 나름대로 다른 가족들이 전염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저 스스로 격리(?)생활에 들어갔죠.
그런데 그 날 밤 집에 돌아온 남편이 제게 눈도 마주치지 않는 거예요.
말로는 과거 눈병 때문에 고생한 경험이 있어 노이로제 상태라나요?
그래서 그런 거니까 이해하라구요.
물론 이해하죠. 그런데 이해는 이해고, 서운한 건 서운한 거더라구요.
그러더니 더 가관은 뭔지 아세요?
잘 시간이 되니까 저더러
"잘 자."
그러더니 혼자서 이불과 베개를 챙겨서 거실에 자기 잠자리를 만드는 거예요.
뭐하는 거냐니까 우리 며칠만 따로 떨어져서 안전한 생활을 하자나요?
내 참! 기가 막혀서.
그런지가 벌써 열흘이 지났네요. 그렇게 별거생활을 한지가 말이죠.
저도 물론 남편까지 눈병에 걸려 고생할까봐 염려는 되지만 참 괘씸한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내가 무슨 무서운 전염병이라도 걸렸으면 내다 버렸겠다구요.
그랬더니 무슨 소리냐? 다른 병은 다 괞찮은데 눈병은 자기가 유난히 무서워해서 그러니 이해해 달라고 별의 별 아부를 다 하더군요.
덕분에 두 아들을 동원해 저녁마다 설거지며, 청소까지 업무 부담을 해 주어서 조금 용서해 줄까 생각 중이랍니다.
조형곤, 윤승희씨,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성의를 생각해서 그냥 용서해 줄까요? 괘씸 죄로 걸어 혼을 좀 내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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