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휴가 가는 날....

울 엄마 휴가 가는 날 눈물은 언제, 어떻게 흘려야한다고 누군가 내게 속삭여라도 줬으면, 이렇게 아무 때나 사람들 앞에서 눈물 따윈 흘리지 않아도 될텐데. 친정엄마의 얼굴을 바라보는 내 눈엔 언제나 눈물이 고인다. 엄마께서 지금까지 살아오신 지난 세월이 애절한 이유에서일까? 육 남매를 아버지 없이 십 년이 넘도록 키워오시기에 힘이 벅차셨던 엄마의 무거운 어깨가 내 눈에만 보였던 이유에서일까? 하루도 쉬지 않고 구정물에 손 담그면서 오직 여섯 자식들만 생각하시면서 그 어떤 고통이라도 웃음으로 참아오신 친정엄마의 주름이 오늘따라 기억나는 건 또 무슨 이유에서일까? 여름엔 휴가 가는 게 당연하게 기억된지도 오래건만, 우리 집에서 휴가란 참 말로 표현하기조차 힘든 단어였다. 음식점을 하는 탓으로 가장 바쁜 한 철이 바로 여름이었기에, 손님들을 기다리는 우리 친정에선 여름철이 어쩌면 가장 기다려지는 계절인지도 모르겠다. 삼십 여년을 하루같이 구정물에 손 담그면서 손님들과 함께 살아오신 친정 엄마, 그분의 손은 어느새 투박하고 사납게 생긴 오십대 아저씨 손으로 변해 계셨다. 무거운 짐을 나른것도 아니고, 힘든 농사일을 한 것도 아닐텐데, 언제부터인가 친정 엄마의 손가락 마디는 굵게만, 굵게만 변해가고 있었다. 희끗희끗 아무도 모르게 숨어있는 흰머리 하나까지도 엄마의 숨겨진 자존심을 보여주는 것 마냥, 오십이 훌쩍 넘어버린 엄마의 세월을 느끼게 했다. 자녀들이 알아주는 건 없지만, 언제나 자녀들한테 듣는 소리는 한결같은 원망뿐이겠지만, 엄마께선 당신이 살아오신 세월을 인정하는 듯, 아니 그 세월 속에서 버텨온 자녀들이 오히려 대견스러운 듯 아무런 불평도 없이 그냥 그렇게 조그만 흐느낌으로 아픔을 감추고 계셨다. 어깨에 옹기종이 붙어있는 파스들, 얼굴에 쌓인 근심을 감춰버린 고운 파운데이션에 붉은 색 립스틱, 퉁퉁 부어오른 두 발을 숨겨주는 엄마의 낡은 양말까지, 어느 것 하나 엄마께서 살아오신 눈물의 인생역경에 버릴 것이 없었나보다. 무슨 목소리는 그리도 큰 건지, 그냥 꾸짖는 소리도 마치 누군가와 싸우는 것 마냥 쩌렁쩌렁, 국악한마당에 나오시는 판소리하시는 분들보다 더 큰 엄마의 목소리는 어느새 나의 어깨를 잔뜩 움츠리게 만들기 바쁘다. 세상에 어떤 어머니께서 힘든 세월을, 눈물의 세월을 보내지 않으셨을까. 돈 없고, 배고픈 세월들 속에서 살아오신 우리들의 어머니, 그리고 엄마. 자식하나 잘 되는 모습 보시려고, 당신의 고생을 낙으로 살아오셨을 바로 우리들의 어머니, 그리고 우리 친정 엄마. 어떤 모습으로 계셔도, 이마에 주름이 쭈글 거리고, 하얗게 눈 덮인 머리카락까지도, 거칠어진 손마디에 시커먼 손바닥일지라도 우리들의 어머니는 너무나 아름답고, 사랑스런 우리들의 어머니가 분명하다. 우리 엄마, 사랑하는 나의 친정 엄마, 바로 울 엄마께서 며칠 전에 휴가를 다녀오셨다. 당신의 주머니가 비어있는데, 어느 자식한테 내색한번 못하시는 엄마, 삶 속에서 엄마의 마음속 여유까지 조여오는 인생의 빚까지 자식들 앞에 부끄러워하시면서, 차마 모처럼 재혼하신 아버지와 바닷가로 휴가 한번 다녀온다는 말을 꺼내지 못하시는 울 엄마였다. 엄마께서 몇 십 만원씩 내 뒷 주머니에 끼워 넣어주실 땐 얼마나 기쁘고 즐겁게 받았던지..., 내가 엄마께 드리는 용돈 한 번을 왜 이리도 어렵기만 한 건지... 통장을 애타게 뒤졌건만 단 돈 십 삽만원..., 그 것도 아까운지 난 십 만원을 조심스레 찾았다. 엄마의 여행을 위해서 처음으로 보이는 큰 딸의 성의가 고작 이게 전부였다. 십 만원... 며느리한테, 큰아들한테, 둘째딸에게...., 엄마의 빈 주머니를 들통내기 싫으셨나보다, 울엄마는. 이제 갓 제대한 막내아들과 함께 다녀오신 울엄마의 여름휴가. 내 작은 바램이 있다면, 내가 드린 십 만원이란 봉투에 마법이 걸려, 쓰고 또 써도 마르지 않을 돈이 가득 있었으면했다. 울엄마가 막내아들한테 사주고 싶었던 것, 먹이고 싶었던 음식까지 맘껏 사줄 수 있도록 울엄마 주머니를 가득 채워줬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또 엄마의 짜증이 시작되는 하루겠지만, 그런 엄마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엄마, 우렁찬 목소리도 꾸짖어도 좋으니까요 오래오래 그 목소리와 함께 건강하게 살아주세요. 사랑하는 큰 딸이 효도한번 하고 싶거든요. 육남매 효도받으시면서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주세요. 엄마, 엄마앞에서 한번도 해보지 못한 말인데요, 너무 쉬운말이면서 어려운말인데요, 어려서부터 꼭 엄마께 매일같이 해보고 싶었던 말인데요... 엄마, 사랑해요. 모 선경 (남원시 월락동157-22번지 2층 오른쪽 590-200) 063-625-5047(011-655-5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