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난 우리 아이와 이웃아파트 담장에 핀 봉숭아 꽃을 보며
아름다운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현곤아!우리 손톱에 봉숭아 물들여볼까?"
하며 달리는 차를 잠시 멈추고 봉숭아꽃잎과 잎사귀를 두손에가득할만큼 따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과 손톱에 물들이기를 했습니다.내 오래된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
아직은 어린 우리 아이들에게도 손톱만이 아닌 마음속에도 예쁜 봉숭아꽃물이 들기를 바라면서...
그러면서 전 내 아이들과 추억여행을 떠났습니다.
> 엄마가 너희처럼 어렸을땐 말이야~너네들도 기억나지.할아버지 계실때 가보았던 시골집,그곳에서 엄마가 어렸을때 살았지.대전이모랑 서울이모랑 막대기이모랑 삼촌이랑...우린 모두 한집에 살았지....
>와~정말?어떻게?...
>현곤이와 명현이가 한집에서 살고 있는것처럼...
>잘들어봐~하며 전 제 추억으로 긴 여행을 떠났습니다.
정말 그땐 냉장고도,선풍기도,에어컨은 더군다나... 시골에 살았던 제게는 낯선 물건이었지요. 그 시절엔 김치냉장고가 동네가운데 있는 깊은 우물이었어요.동그란 항아리처럼 생긴 통에 긴 끈을 매달아 우물속에 담가두었지요.주황색은 우리꺼,초록색은 순희네꺼 ,주황색인데 흰색끈으로 연결된것은 문숙이네꺼...
그때 한여름 낮에는 비료푸대(지금의 돗자리 대용)들고 동네어귀 야산으로 가 나무그늘에서 방학숙제도 하고,친구들과 공깃돌놀이도 하고,싸리나무가지 꺾어서 울타리쳐 집이라고 만들어 소꿉놀이도 하고...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그땐 동네분들 모두가 여기저기에 옹기종기 모여 열무김치거리 다듬기도 하시고,어떤 언니는 홀치기(십오리)도 했어요.그걸로 옷을 만드는데..이렇게 해서 일본으로 가져가 염색을 한다는데...그땐 통 이해가 안되는 일이엇지요.그런 언니는 다음해부터는 보이지 않앗어요.서울 공장에 취직해 돈벌러 갔다더라는 소식과 함께.. 나이 많으신분들은 장기두시고,가까이에서 울어대는 매미소리는 너무 시끄러워 듣기 싫기도 했지요.제 아버지도 더위를 피해 한낮에는 낮잠을 즐기시고 그랬어요.매미소리 요란한 그런 하루를 보내고, 밤이면 아버지께서 손수 만드신 평상을 마당가운데에 내놓고 한켠에는 덜마른 풀무더기로 모기불을 지피고, 비료푸대로 만든 부채를 부쳐가며 모기를 쫒고 더위를 견디었지요...그땐 하늘에 별이 많았어요,마당가운데 평상에 누워있으면 금방 쏟아질듯,손내밀면 잡힐듯....
모기불은 여러가지 덜마른풀을 태우는데 그러면 불꽃은 생기지 않고 연기만 나거든요. 그럼 그게 바로 요즘날의 모기약이 되어 주변에 모기가 오지 않는겁니다.참 낭만있었어요.지금생각해보면....그때 타면서 내는 풀냄새는 모기약과는 비교가 안되게 좋았지요.
그렇게 밤이 깊어가고 이른 저녁으로 허기가 져올때쯤이면 찐감자와 옥수수를 가져다 주시던 어머니...
그것을 먹으며 평상에 누워 하늘을 보고 별이야기를 하며,,가끔씩 따끔거리는 종아리를 손바닥으로 때려가며...ㅋㅋㅋ무엇이 그리 재미있었는지 연신 웃고,떠들고...
또 한날은 샘가나 장독대 주변에 핀 봉숭아꽃잎을 따다가 판판한 돌위에서 백번이랑 넣고 콩콩 찧어가지고는 빙둘어앉아 각자의 손톱에 올려놓고는 순서대로 엄마에게 손을 내밀면 어머니는 어디서 구햇는지 누렇게 더러워진 비닐조각을 아기손바닥만하게 가지런히 잘라서 우리들 손가락을 실로 묶어주셨지요...
다음날이면 손톱에 비닐조각이 없어져 소스라쳐 손톱을 들여야보면 그래도 주글주글 물에 불은 손가락엔 밤새 분홍물이 물들었지요.
주변을 찾아보면 이불 여기저기에 비닐껍질들이 붙어있고,,.
그땐 몰랐어요.그게 행복인줄도,그런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도....몰랐어요.
너무도 더워 그렇게 늦은밤까지 평상에 누워 별을헤다 잠이 들면,다음날 아침에는 방에 있더라구요.
그 이유를 지금은 물론 알지요.
그립네요.그때 그날들이...그 곳이 ...
나이가 들수록 그 시절이 무척이나 그립습니다.
그때 함께한 사람들도.....너무도 보고 싶구요.
신청곡;정태춘 박은옥님의 제목은 봉숭아(?)맞나요?
~~초저녁 별빛은 초롱해도,이밤이 지나면 질터인데...
손톱끝에 봉숭아 빨개도..~~
사는곳;군산시 조촌동 현대@103동150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