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하세요?
더운 날씨에 수고가 많으십니다.
5월에 글을 올리고 보내주신 선물로 친정 부모님께 효도까지 했습니다. 항상 방송 재밌게 잘 듣고 있습니다.
어제는
왠지 마음이 울적해 코를 석자를 빠트리고 집으로 돌아 올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이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해져서 들어오더군요.
그리고 대뜸 "엄마! 나도 영어학원, 과학학원, 미술학원 다 가고 싶어. 내 친구들은 다 다닌단 말이야" 라면서 화가 잔득 나 있더군요. 저는 정신이 번쩍 들면서 " 왜그래. 갑자기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니?"하고 물었더니 자기반 아이들은 하루에 학원을 서너군데 다니고 있다며 지도 가고 싶다네요.
참. 갑자기 말문이 막혀오더군요.
사실이 그랬거던요.
비싼 학원비가 부담스러워 방과 후 활동에서 하는 컴퓨터 외에는 아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고 학습지를 사다가 집에서 제가 가르켜 오고 있었거던요. 여태까지는 별 말이 없던 녀석이 이렇게 심통이 잔득 난 걸 보면 꽤나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꼈던 모양입니다.
그런다고 저도 따라 덜컥 보내 줄 형편은 못되고 "4학년이 되면 보내 줄게" 했지요. 이녀석 대답이 더 기가막힙니다.
"엄마! 엄마도 돈 벌면 되잖아. 내 친구엄마도 다 벌려 다녀. 그러면 학원도 다 다닐수 있잖아"라고요.
전 또 지지않고 " 너 집에 돌아 와서 엄마가 없어도 괞잖아?"했더니 "참. 엄마는 친구들이랑 놀고 있으면 되지. 뭐"
이녀석이 아주 당연한 듯 엄마가 없어도 괜찮다네요.
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입을 꼭 다물고 말았습니다.
그런데요
철없는 아이가 한 말이 왜 그렇게 서운하던지요.
"이 괴씸한 녀석이......" 종일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이 철딱서니 없는 녀석과 저녁까지 한마디도 안하고 있는데 아들 녀석은 엄마가 왜 그러는지도 모르고 슬그머니 다가와서 그러더군요. "엄마! 어디 아퍼. 약사다 줄까?" 라구요.
저는 그때사 피식 하고 웃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저 어제 저녁 한잠도 자지 못했답니다.
별이 별 생각이 다 들면서 마음은 뒤숭생숭 잠든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다 보니 왜 그렇게 미안하던지요.
그래서 아이의 볼에다 가만히 뽀뽀를 해 주었답니다.
이렇게 건강하게 잘 자라 준 것이 기특하기도 하고 배풀어 주지 못하는 엄마가 미안하기도 하고 그런 어지러운 마음으로 요.
철 없는 아이가 내밷는 한마디에 이렇게 마음이 아픈 못난 하루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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