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아침이었어요.
화장품 세일즈를 하는 저는 조회시간에 계속되는 휴대폰 소리를 듣고 전화를 받게 되었어요.
친정 어머니셨어요.
"너희 아버지 돌아가시게 생겼다. 빨리 좀 와라"
상기된 목소리로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전 달려나가 택시를 잡았어요.
계속되는 눈물이 앞을 가렸고 이럴때는 어떡해야 할지를 몰라서 아침에 지리산으로 휴가를 떠난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동생은 울음섞인 목소리로 전화를 끊어버렸고 그 사이 도착한 친정 집에서는 엄마와 이모가 어쩔줄을 몰라하시며 애를 태우고 계셨어요.
아버지는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발작을 일으키며 거실 바닥을 헤매고 계셨어요.
빨리 구급차를 불렀어야지 이게 뭐냐며 저는 엄마에게 소리를 질러댔고 119에 도움을 요청한 저는 수 분의 시간이 숨을 멈추어 버릴것만 같은 기나긴 시간으로 기다려야 했습니다.
인화동에서 원광대학병원까지 가는 시간이 그렇게 기나긴 시간인줄을 예전엔 몰랐어요.
시내 버스를 타면 20분도 채 안걸리던 거리가 밀리는 차와 계속되는 아버지의 고통스런 숨소리가 저를 기나긴 시련속으로 밀어넣는듯 했습니다.
평소에 구급차가 경적을 울리며 지나칠때는 그랬어요.
"에구...누군가가 심각한 모양이구나!"
그러면서 잠깐 그들을 위해 안타까운 마음을 헤아렸을뿐 그 이상의 동정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구급차 속에서 저는 운전자들을 많이 원망 했어요.
조금만 길을 비켜 준다면 위급한 환자들이 조급 더 빠른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을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예요.
얼마 만큼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겠어요.
응급실에 도착한 아버지를 맞이한 의사와 간호사들은 응급 처치에 정신이 없었고 심하게 몸을 흔들어 대는 아버지의 손과 발을 묶을때는 그만 눈물이 마구 흘러내렸어요.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아버지는 정신이 드셨고, 여기가 어디냐!며 물으셨고 응급실에 왜 오셨는지도 모르고 계셨어요.
아버지는 당뇨로 20년을 투병하고 계셨어요.
그래서 아침 식사전에 인슐린 주사를 맞고 얼마전에 잃어버린 틀니때문에 죽을 드시고 계셨는데 저혈당으로 인해 쇼크가 오신거였어요.
며칠동안 몸이 말을 안듣는다며 불안해 하셨는데 바로 전날 내과와 안과 진료를 받은터라 안심을 했었어요.
그런데 주사량이 식사량에 비해서 많았다고 하더라구요.
동생 가족들은 가던길을 되돌아와서 아버지가 의식을 찾은 후에 다시 휴가를 떠났고, 남은 가족들이 병원을 찾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아버지께서 의식을 찾고부터 저는 주위 사람들을 바라보는게 일이었는데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응급실을 들어오더라구요.
교회 수련회에 와서 바이킹타다가 떨어져 엉덩뼈가 부러진 초등학생에서 부터 나이드신 분들까지 많은 환자들이 병마와 싸우며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때로는 말없이, 때로는 울부짖으며 안타깝게 바라보는 보호자들의 가슴을 애태우고 있었습니다.
하룻밤을 잠도 자지 못하고 날을 새고 나니 머리속이 하얗게 된 기분이었어요. 아무런 생각도 나질 않았고 지쳐버린 몸은 입술을 타 들어가게 하고 열이 났어요.
주말을 병원에서 보내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도 아버지는 아랑곳 하지 않고 퇴원을 하셨어요.
저는 또 다시 엄마에게 아버지를 맡길수 밖에 없었고 하룻밤을 병상에서 지켜드린걸로 효도를 한거라고 당연스럽게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소스라치게 놀랐어요.
내가 지금 무슨 불효 막심한 생각을 하고 있는가?하고...
안타까웠던 순간에 지금은 아버지를 데려가실 때가 아니라며 하나님께 협박하는 마음까지 들었던 내가 응급실에서 병상을 지킨 하룻밤의 간호로 효도를 했다는 생각을 한게 정말 소름끼쳤습니다.
그래서 부모의 마음을 앞지르는 자식은 없다고 하는가 봅니다.
당시에 정신이 없어서 119 아저씨들께 고맙다는 말도 전하지를 못했습니다.
아버지 때문에 얼굴에 땀을 흘려가면서 도와주신 분과 운전 해주신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애청자님들께 한 말씀 드리고 싶어요.
구급차가 지나가면 제발 양보 좀 해주셨으면 해요.
저희 아버지보다 더 위급한 환자가 많은데 그 분들에겐 단1초로도 생과 사를 넘나들수 있다는 생각을 하시고 잠시만 비켜주신다면 정말 고마울거란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 분들을 내 가족같이 생각을 해보세요.
자연스레 양보가 될것입니다.
익산시 부송동 주공2차아파트 201동 201호
송 영래 011-9648-5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