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기만한 하루 일정을 모두 접고 친구들과 함께 일상탈출을 했습니다.
곡성에 살고 있는 고향친구 양숙이의 반가운 초대를 받고 전주에 살고 있는 죽마고우인 보애, 점옥이와 난, 명순이가 운전을 하는 차를 타고 신나는 드라이브를 시작했습니다.
남원에 살고 있는 친구 복남이까지 만차가 되어 반가움에 한마디씩 하다보니 시끌벅적 차속엔 웃음바다였습니다.
한참 웃고 떠들다보니 눈깜짝할 사이에 곡성에 도착되었어요.
직장에서 점심시간을 짬내서 나왔다는 양숙이 남편과 간단한 인사를 하고 우리는 압록을 향해 달렸습니다.
험하지 않은 산자락은 짙은 녹색옷을 입고 섬진강물에 큰 몸집을 담근채 무더운 여름을 즐기고 있더군요.
섬진강 줄기 따라 오색찬란한 텐트의 행렬은 절정에 이른 피서철를 실감하게 했습니다.
친구부부가 예약해둔 가물치 회와 매운탕요리에 은어튀김까지 먹으며 포만감을 느낀 우리는 행복의 도가니에 빠져 들었습니다.
친구중엔 친구남편이 초면인 사람도 있었지만 저는 4번째 대면이였습니다.
우리가 23살, 좀 이른나이에 친구는 제일 먼저 결혼을 했었어요.
친구 결혼식날 전 무슨옷을 입을까 고민 고민끝에 제 옷장에 유일한 정장이였던 옷을 선택해서 리본이 달린 코발트빛 예쁜 브라우스를 입고 참석해서 축하했습니다.
우리보다 5살이나 위였던 새신랑은 그때는 오빠 수준을 넘은 아저씨 같았습니다.
사흘후 속리산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신혼부부가 전주터미널이라며 전화를 했더군요.
저는 반가움에 회사 파란색 정장 유니폼을 입은채, 신혼부부가 기다리고 있던 다방으로 달려갔어요.
숨을 헐떡이면서 자리에 앉는데 새신랑이 한마디 하더군요.
"결혼식날도 이렇게 밝은색을 입고 오시지요."
이말을 듣는 순간 참 무안하더군요.
결혼식때 제 옷색깔이 검정색 정장이였어요.
제딴에는 있는멋 없는멋 다 내고 갔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밝은색 옷한벌 사입고 갈걸 잘못했다 싶답니다.
그 이후 친구가 신혼집에 초대를 해줘서 혼자 기차를 타고 찾아가 압록에서 매운탕 먹으며 신혼부부 사이에 껴서 데이트를 하고 친구집에서 1박하고 온 달콤한 추억이 있거든요.
너무도 오랫동안 가보지 못하다가 21년만에 다시 가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와 연배 차이가 느껴졌던 친구 남편은 오히려 나이에 숫자만 보탰을뿐 모습은 그대로 정지되어 있었고 오히려 생기발랄했던 우리는 얼굴 가득 나이를 먹어버린 수다장이 아줌마로 변했음을 알았습니다.
섬진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맛사지하고 좋은공기 매일 마시며 살고있는 좋은 환경과 행복해 보이는 두부부 금실덕인것 같았어요.
잠깐 들러본 친구집도 제 기억속에 옛 모습이 아니더군요.
마당엔 금잔디가 심어졌고 깔끔한 친구의 살림솜씨로 온 집안은 반질반질 운이 나고 있었어요.
담장밑에 작은 텃밭에 팔뚝 만큼 굵은 오이와 탐스런 고추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걸 따고 친구가 옆집에서 사준 싱싱한 포도까지 받아들고 전주로 돌아왔습니다.
언제나 가슴을 열고 만나서 행복을 함께 나눌 친구가 있는 전 늘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