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커플링 교환권 받은 것으로 반지를 두 개 얻었다. 남편과 하나씩 나누어 끼고서 들여다 보는데 만감이 교차한다. 우리는 결혼식을 못 올렸다. 이런 저런 사유로 그냥 혼인신고만 하고 살게 됐는데 사는 데 바쁘다보니 그럭저럭 사진관에만 가면 찍을 수 있는 결혼 사진조차 찍지 않았고 결혼 반지같은 것도 물론 없었다. 집에 놀러온 사람들이 벽에 걸린 아이 사진을 보며 결혼 사진도 걸어놓으라고 속 모르는 소릴 하면 "네... 그게 너무 안 이쁘게 나와서요..." 하며 거짓말로 얼버무리곤 했었다. 만나는 사람들이 혹시라도 내게 "왜 결혼 반지 안끼고 다녀?" "결혼 반지는 꼭 끼고 있어야 한다더라.. 안 그러면 이혼한대?" 이런 소리를 툭 툭 던질 때마다 "난 피부가 약해서 반지를 끼면 가렵고 뭐가 나고 그래서.." 라고 엉뚱한 핑계를 대곤 했었다. 그깟 반지 하나 사서 끼면 될 것 아니냐고 생각하실 지 모르겠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결혼이란 엄숙하고도 중요한 인생의 변환점에서 서로에게 맹세를 하며 건네는 의식의 일부인 반지를 아무데서나 돈만 주면 살 수 있는 그런 반지와 어떻게 견줄 수 있을까? 하나 사서 끼고 사람들에게 결혼반지인 양 너스레를 떨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래서 여지껏 반지 하나 없이 지내왔다. 언젠가 때가 되면 남편과 둘이서 살아온 날들과 살아갈 날들을 얘기하며 오붓하게 자리를 만들어 서로에게 반지를 끼워주며 서약식 혹은 애정 확인식같은 걸 하고 싶었다. 그런데 여성시대에서 사연이 소개되고 난데없이 커플링 교환권이 생겼다. 남편이 말하길 "당신 그동안 반지 없어 서운한 걸 하늘이 알아주나보다" 정말 그런 것일까? 들뜬 마음으로 협찬처를 찾아가 손가락을 재고 나오는데 그렇게 기분이 이상할 수가 없다. 마치 며칠 후 결혼식을 올리려 예물 맞추고 나오는 기분이 그럴까? 싶다. 나이 사십이 넘어서 그렇게 흥분되고 들뜬 기분이 돼서 은근히 좋은 걸 아이에게 뽀뽀로 표현했다. 남편은 반지를 끼면 불편할 것같다고 생뚱맞은 소릴 한다. "당신 그 반지 빼면 안돼요. 우리 이거 결혼반지인 셈 치게요. 결혼반지는 빼면 이혼한대.. 그러니까 절대로 빼지 마세요?" 하고 못을 박았다. 어제 반지를 찾았다. 14K의 별 모양 없는 간단한 반지이지만 내 눈에는 다이아몬드 번쩍이는 친구들의 값비싼 반지보다 더 멋지고 이쁘게 보인다. 남편과 나란히 반지 낀 손을 대보았다. "여보, 이제 우린 결혼 진짜로 한 거야.. 그치?" 남편이 속 좋게 너털웃음을 웃었다. 지금 내 손에서 반지가 자랑스럽게 빛나고 있다. 앞으로 내가 무덤에 갈 때까지 나와 동행해 줄 내 소중한 동반자가... 유언할 때 내 소중한 이 반지를 사랑하는 내 딸에게 사연과 함께 물려주고 싶다. 돈의 가치는 보잘 것 없지만 의미의 가치는 잴 수가 없는 이 작은 반지를... ***여성시대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덕분에 마흔 둘에서야 결혼반지를 껴보네요. 그것도 커플링으로... 정말 고맙습니다. 여러분 모두 복 많이 받으실 겁니다. 여성시대 가족 여러분도 모두모두 행복하소서~~~~~~~~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