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날 만나던 때와는 색다른 느낌으로 오늘 방송을 듣고 있습니다.
윤승희님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시네요.
낭랑하고 맑은 유리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윤승희님의 음성과는 달리
김난수 리포터님은 마치 맨 발로 잔디밭위를 살포시 발끝을 들고 걸어가는 듯한 느낌....
그리고 위봉사...
언젠가 세상에 염증을 느꼈을 때 찾았던 곳인데 정말 좋은 곳이었어요.
혹 위봉사가 여승들만 계신 곳인 거 알고 계신가요?
절경도 절경이지만 그 여승들의 삶이 진한 향기로 제게 다가왔었거든요.
아! 지금 막 여스님만 계시다고 말씀하시네요.
알고 계시군요.
살다가 지치면 그곳에 몸을 의탁하고픈 생각을 가끔씩 했더랬지요.
오늘 사연때문에 위봉사의 그 은은한 향기가 다시금 느껴집니다.
김현식의 노래가 오늘 날씨랑 왜 이렇게 잘 어울리는지...
오늘 조형곤님의 음성도 더 구수하고...
털털한 웃음과 막걸리 한 사발 마신 듯한 텁텁함이 묻어나는 목소리가 아주 좋네요.
저는 왜 조형곤님 목소릴 들으면 옛날 할머니댁 툇마루 밑에 파 둔 움 속의 무우가 생각나는지..
한겨울 시리디 시린 추위에 덜 덜 떨면서 발바닥을 마루에 다 닿지 않으려고 고양이처럼 뒤꿈치 들고 살살 걸어서 툇마루를 내려오면 차디찬 고무신.. 그걸 신어야 마루밑 움으로 내려갈 수가 있었지요. 무슨 기름인지도 모르는 작은 등잔불을 들고 움으로 기어내려가면 가마니에 고구마, 무우, 당근, 양파 등등 뭐 그런 것들이 보물처럼 자리잡고 있었어요.
저는 그 중에서도 무우를 좋아했어요. 그래서 잘 생긴 무우를 꺼내와서는 할머니가 깎아준 무우를 먹으며 옛날 얘기를 듣곤 했지요.
아! 그 때가 그립네요.
좋은 방송 해주셔서 감사하구요. 남은 시간들 좋은 시간 되세요.
구름사이 해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