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분 안녕하세요?
저는 완주군 삼례읍에 살고 있는 결혼 3년차의 주부랍니다.
결혼전에는 직장다니는 틈틈이 주말이나 휴가를 이용해서 동해바다 푸른물에 발을 적시기도 하고 때로는 한라산 백록담에 생수한컵 보태어주고 오기도하고 때로는 지리산 천왕봉에서 해돋이를 보기도 하고 그야말로 산이면 산 바다면 바다 가리지않고 한반도 전역을 누비고 돌아다녔었답니다.
서른을 목전에 둔 혼기 꽉찬 딸이 시집갈 궁리는 안하고 밤낮 친구들 꼬셔서 여행다닐 궁리만한다고 친정엄마는 날마다 한숨으로 세월을 보내시곤했었는데.....
옛말 그른것 하나없다고 사람 팔자 시간문제라더니 세상에나!
검은머리 파뿌리 될때까지 시집도 못가고 마냥 세상천지를 누비고 다닐것 같았던 제가 결혼을 했답니다.
그러더니 전업주부감투와 21개월된 아이의 엄마라는 감투까지 쓰고보니날마다 방콕(그외 있잖아요. 방에 콕 쳐박혀 있는것)하는 처지랍니다.
화려했던 과거는 마음속에 잠시 접어두기로 하고 평범한 여느 여인네들처럼 집에서 살림하고 아이 키우면서 때를 도모해보고자 했건만 늘 마음한쪽은 떠남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하답니다.
신랑이 보다만 신문을 접다가 여행지에 대한 기사가 눈에 띄면 금새 가위 가져다가 오려서 중요한 부분에 펜으로 줄그어서 스크랩해놓고 무심히 보던 TV에서 여행프로가 시작되면 하던일도 잊곤 답니다.
가끔 식사준비와 집안의 소소한 일도 적당히 마무리했다싶을때 금상첨화로 그때마침 하루종일 제 주위 전방 1m내에서 껌처럼 붙어있는 아이까지 단잠에 빠져있다싶으면 바로 작업 들어간답니다.
작업이란 다름아닌 컴퓨터를 켜고 몸은 비록 갈수 없지만 마음만으라도 홀가분하게 여행을 떠나본답니다.
동해의 정동진으로 성산 일출봉으로 해남 땅끝으로 인도의 뭄바이로 부다가야로 환상적인 여행을 떠난답니다.
제가 주로 떠나는 여행지는 예전에 다녔던곳으로 추억을 찾아서 떠날때가 많고 때로는 미래에 꼭 다녀보고싶은 곳을 향해서 떠나기도한답니다.
여행지에 대한 꼼꼼한 소개와 여행지를 다녀온 사람들이 올려놓은 여행후기와 여행지에서 맛볼수 있는 유명한 맛집의 음식까지 두루두루 섭렵하고나면 제가 마치 그곳에 정말로 다녀온것처럼 즐거워 진답니다.
두분 시간도 경비도 저렴한 저의 여행법 어떠세요?
평소 컴퓨터앞에서 이러고있는 저를보면 한심하다는듯 쳐다보던 신랑이 지난주말에는 왠일인지 안쓰럽게바라보더군요.
그러더니 신랑은 정동진이나 뭄바이는 나중에 꼭 다녀오기로하고 오늘은 완주 8경중 하나인 위봉사에나 다녀오자고 하더군요.
주말이면 하루종일 방구들장 신세를 못면하는 신랑이 왠일인가싶어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 엄마닮아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아이와 함께 신랑을 따라나섰지요.
부슬부슬 내리는 장마비를 뚫고 위봉사를 향하던 신랑은 완주군에 사는 사람으로서 완주 8경정도는 알고 있어야한다면서 완주 8경에 대해 묻더군요.
두분은 혹시 완주 8경에 대해 알고 계시는지요?
저는 그날 신랑에게서 처음 듣긴했는데.....
위봉사, 송광사, 위봉폭포, 대둔산 국립공원등등 손가락으로 꼽으며 신랑은 분명히 여덟가지를 일러주었는데 벌써 까먹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까마귀 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서 죄송합니다.....
고찰 송광사에서 동북쪽으로 3km정도 향해서 가면 소양면 대흥리 추출산 마루턱에 위봉산성과 청기와가 아름다운 위봉사가 나즈막히 자리잡고 있답니다.
주차장에 차를 놓고 조그만 우산속에 세식구가 꼭 껴안고 절문으로 들어서니 고즈넉한 산사의 정경이 한눈에 들어왔답니다.
약수터에서 시원한 약수로 목을 축이고 대웅전과 요사채를 둘러보고 절집 처마밑에 세식구가 옹기종기 둘러앉아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에도 의연하고 당당한 청기와와 세월의 흔적만큼 색이 바래가는 단청의 아름다운 문양들을 보며 우리도 저렇게 아름답게 곧게 늙어가자고 약속했답니다.
돌아오는 길에 신랑은 유명하고 이름난곳으로 데려가지못해 미안하다고 하네요.
그때 미처 신랑에게 얘기하지 못했는데 사랑하는 아이와 남편과 함께 행복할 수 있었던 주말의 위봉사 기행은 세상의 어떤 유명하고 멋진곳으로의 여행보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이었다구요.
꼭꼭 전하고 싶네요.
두분도 바쁘신 틈틈이 여행 많이 다니시구요. 항상 건강하세요.
291-0084 017-658-0700 박해숙
신청곡 : 김현식 내사랑 내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