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시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잠이깨어 하우스에 비가 떨어지지 않을까를 걱정하며 한바퀴 돌고 와서 못다잔 잠을 청했답니다.
아침여섯시에 축사에 내려가 보니 어제 청소하느라 비워놓은 닭장 출입문앞에 병아리들이 집단적으로 널부러져 있었지요.
마치 얼마전 있었던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에서 문이 열리지 않아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사건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답니다.
놀라고 안타까운 심정으로 병아리들을 보니 심장은 뛰고 있었지만, 꿈틀거리지도 못하고 실신해 있었읍니다.
어제저녁에 닭장문을 열어놓기만 했어도 이런 참사는 없었을 것을...
말 못하는 병아리들은 문열어 달라고 얼마나 삐약거렸을까요.
쏟아지는 비를 피하기 위해 빈공간을 찾아 들어가려고 모리다보니 압사하게 된 것이지요.
이것은 분명 자연 재해가 아닌 인재였읍니다.
사실 어제 퇴근시간 무렵에 로우더가 언덕아래로 떨어지는 사고가 있었고, 그일을 수습하느라 대형 견인차가 오고 로우더를 꺼내기 까지 신경이 모두 그일에 쏠려 있었기에 병아리들이 비를 피할 장소가 없다는 것을 생각지 못했던 거지요.
축사 주면에 벚나무 묘목들이 자라고 있어서 먼저 들어왔던 병아리들의 낙원이 된일이 있는데 이번 병아리들도 함께 그곳에 방사하여 마음껏 뛰어 다니며 자랄수 있게 해 주려고 했었는데, 미처 준비 부족으로 400마리중 50여마리는 아무 죄없이 동료들에 의해서 몰사 할수 밖에 없었자먼,
그래도 다행인것은 관리하신분들의 정성으로 불을 쬐어 젖은 몸을 말려주고 체온이 올라갈수 있도록 간호하니 거의 죽었던 이백여마리는 다시 살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몰사한 병아리들보다 나이가 어린 병아리들은 보온등으로 온도를 높여주어 병아리들이 활발하게 돌아 다닐수 있게 도와주고 있는데 이들의 보온등을 떠어와 젖은병아리 말리는 일을 할때 저는 죽게된것은 일찍 포기하고 나머지를 잘 키우자는 의미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보온등떼어 오는 일을 하지 말자고 몇번이나 이야기 했지만 나이 많으신 어른들이 젖은몸만 말려주면 다시 살아 난다고 해서 그냥 두고 보았는데 그분들은 아침식사도 하지 않고 아궁이 앞에서 까지 불에 쬐어 몸을 말리더니 상당수의 병아리들을 살려 놓았답니다.
제 생각이 모자라 수많은 병아리들을 죽게 내버려 둘뻔 했지 뭡니까.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새벽 공동체는 병아리들에게도 배합사료를 주지 않고 쌀겨나 싸래기같은 것으로 키운답니다.
성장속도는 느리겠지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잘 자란 닭이기에 맛은 일품이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