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말 오랫만에 두 분께 인사올립니다.
계절이 계절인 만큼 올해도 약속도 없는 장마철이 오고야 말았어요.
반기는 이 하나 없는데 말입니다. 그런 장마는 자존심도 없는지 알길이
없구요, 이렇게 비가 내리던 어린 시절이 영화처럼 지나가고 있어서 몇
자 올립니다.
아주 까막득한 옛날 일이네요.
저희 집은 작은 과수원이 뒤로 펼쳐진(?) 스레트 지붕이 허옇게 올려진
집이였습니다. 담이라곤 우리 집 큰 방 창 보다 높은 논 두렁이 높이를 차지했고
비가 오는 날에는 어김없이 빗물에 푹 파묻힌 '토방이" 있었습니다.
예전말로 "대청'이 위험할 정도의 물이 출렁출렁. 돼지,소 , 양(젖을 짤
수 있는) 막사를 넘실거릴 정도로 집이 낮았습니다.(광장이 좀 심했나)
비가 오면 늘 그랬던것은 아니고 가끔씩 그랬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비가 와도 마당은 검정고무신이 떠 다닐 정도의 물
은 항상 있었습니다.
그러면 윗 논에서 흘러 넘쳐 온 미꾸라지가 마당을 헤엄쳐 다녔지요.
찌그러지고, 일그러진 양은 대야에 약간의 물을 담고는 깔깔거리며 웃는
어린 우리의 눈에는 초롱초롱 빛나는 하나의 놀이감을 찾은 개구쟁이가
되어버립니다.
추저추적 내리는 비에 머리에서 빗물이 떨어지고 속옷이 젖어 엉덩이가
축축해져도 양손에 고무신을 들고 언니,동생과 셋이서 몰이를 해주
면서 그렇게 미꾸라지 잡기에 열중하곤 했습니다. 어쩌다 거머리도 헤엄
쳐 다녔고 이상한 벌레도 헤엄쳐 다녔습니다.
물론 감기는 우리의 것이 아니였지요. 가무잡잡한 피부의 덕을 항상 봤죠
어쨌든 미꾸라지도 잡고, 고무신 둥둥 띄워서 뱃놀이도 즐기고, 그런 철
없는 아이를 보면서 아버진 짐승의 안전을 위해 이리저리 옮겨 놓으시고
하셨답니다. 지금도 그 생각에 야릇한 미소를 짓습니다.
어린 시절이 즐거웠던 기억.
지금의 제 아이도 가끔은 비를 흠뻑 맞게 한답니다. 비록 그것이 산성 비
비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재밌어라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욕조엔 따뜻한 물을 받아놓지만 말입니
다. 비록 저의 어린시절의 추억만 못하겠지만 그런 간절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겨울엔 장갑을 주지 않은 채 맨손으로 눈도 만져보게 하
면서 얼었다 녹는 손의 감각도 느끼게 하면서 무더운 날 호스에서 품어
져 나오는 물줄기로 생쥐 꼴이 되어도 마냥 즐겁고 재밌기만 아이들의 웃
음소리에 슬며시 미소가 입가에 가득 찬 답니다.
어느 땐 동네 아이들까지 아이 엄마 동의 없이 그렇게 물에 빠진 생쥐를
만들어 보냅니다. 뭐 여지 없이 전화는 오지만 얼마나 즐거워했는데요.
여전의 우리 엄마는 아무런 방해 없이 그렇게 즐기게 해주었잖습니까.
지금은 우리의 엄마들도 많이 약해져 있는 모습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기억 나는 추억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찢어진 우산 속으로 떨어지는 빗방울도 세워봤었고, 신발마저 벗어버리
고 가방에 넣고는 자갈이 많은 "신작로'로를 얼마나 뛰었습니까.
이런 기억을 모아서 제 아이에게도 체험케 하려고 노력도 가끔은 한답니
다. 고맙습니다. 이런 아련한 기억을 더듬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요. 평안한 하루, 행복한 하루 되세요.
전북 완주군 소양면 대흥리 1018번지 문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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