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싸는 여자^^

아침 5시면 저는 어김없이 일어나야 합니다. 왜냐구요? 제 남편은 경찰이거든요 남편이 경찰인거 하고 일찍 일어나는 거하고 무슨 상관이냐구요? 그게요 저는 아침마다 도시락을 2개씩 싸야하거든요 물론 경찰의 아내들이 모두 도시락을 싸는건 아닌데요 총각때 맨날 사먹던 밥에 질린 제 남편은요 저랑 결혼할때 조건이 딱 한가지 있었어요 그게 바로 도시락 싸주기 였습니다. 뭐 까짓거 도시락 싸주는 것쯤이야하고 자신만만하게 OK를 했는데요 이게 참 거시기해요^^ 12시간을 근무해야하기 때문에 도시락은 2개씩 싸야하는데 처음엔 신혼인지라 이것저것 예쁘게 만들어서 싸주는데 재미가 있더라구요 그런데 그게 하루가 지나고 한달 정도 지나니깐 도대체가 싸 줄 반찬이 없는거예요. 그렇다고 매일 같은걸 싸줄수도 없구요 그런 고민에 빠져 있는데 임신이 된거예요 잘 됐다 싶어서 임신한 핑계로 '자기야! 오늘부터 그냥 밥 사먹으면 않되? 반찬 싸려니깐 입덧도 더 심한거 같고..'라며 애교를 부렸더니 글쎄 아무말도 않하던 저희 남편이 갑자기 도시락을 가지고 나가는 겁니다. 어딜 가나 싶었더니 세상에 저희 친정엘 간거예요 저희 엄마가 당장 전화를 하셔설랑은 '아니 니신랑이 대뜸 와서 "장모님! 내일부터 도시락 좀 싸주십시요!" 하면서 도시락을 내놓는데 내참! 너는 신랑 도시락을 얼마나 변변치 않게 싸줬으면 도시락 싸달라고 처갓집엘 다오게 하냐?' 면서 저를 무지 구박하시는 겁니다. 저는요 그날부터 아무리 반찬이 없어도 꼭 도시락을 싸주고 있어요 사먹는 음식에 얼마나 질렸으면 그랬을까 싶기도 하고 집에서 한시간이 넘게 가야하는 직장에 다녀야 하는 남편이 안쓰럽기도 하고 해서요 오늘 도시락은 쌌냐구요? 방금 다싸구 이렇게 잠시 짬을 내서 이글을 쓰고 있답니다. 오늘의 메뉴가 뭐냐구요? 점심 도시락은 배추김치랑 돈까스구요 저녁 도시락은 열무김치랑 콩나물 무침이랑 깻잎이예요 실은 오늘이 저희 남편이 경찰로 근무한지 4년이 되는 날이기도 해요 두분이 전해 주실래요 '이몸 다 바쳐서 당신의 도시락은 제가 책임지고 싸줄테니깐요 건강하고 사랑해요'라구요 글쓴사람:전북 익산시 신동 89-1번지 김희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