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 놓고 애기 합시다'를 듣고 나도 한 마디!

바람 한 점 없이 맑은날입니다. 작은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서성이다가 다시 학원으로 가 버리고 난 집안엔 정적만이 흐릅니다. 가만 있으면 시들시들 잠이 쏟아질 것만 같아서 여성시대의 게시판에 놀러 왔습니다. 하루에 한번 이상은 들어다 본 이 곳이 어쩌면 제게는 놀이터 같은 곳이라고 할까요? 오늘은 어떤 사연이 올라 와 있을까 내심 기대를 하며 읽어 본 사연중에는, 공감대가 형성이 되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금방이라도 달려가서 위로가 되어주고픈 사연들도 있답니다. 바로 우리 이웃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로 엮어지기에 훈훈한 정이 느껴지지 않나 싶습니다. 윤승희,조형곤님~! 오늘 '수요 터 놓고 얘기 합시다'의 주제가 술에 관한 얘기였지요? 방송 잘 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의 얘길 들으며 저는 웃음이 나와서 혼자 실실 웃었는걸요.^^* 왜냐구요? 지난 5월 5일날 있었던 일이 생각이 났기 때문예요. 그 날은 남편 중학교 동창의 가족 모임이 처음으로 있던 날이었어요. 줄곧 남자분들만 모이다가 어인일로 가족들까지 초대를 해서 여섯집이 뭉쳤거든요. 남편 고향이 남원인지라 남원에서 모였어요. 때 마침 춘향제 전야제 행사가 있던날이었고요. 들쑥날쑥하게 여섯 가족이 모여서 매운탕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죠. 남자분들끼린 자주 만나온터라 어색하지 않은데 여자들은 영 어색하지 않겠어요? 그 때 누군가가 술잔을 돌리기 시작했고, 술하고는 거리가 먼 저는 요령껏 잔만 받아놓고 있는데 00씨 부인이랑 세 여자분은 주거니 받거니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습니다. 아, 그런데요. 여기까지는 아주 좋았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짖굿은 남편 친구분 때문이었어요. 조금은 소심하게 생긴 친구 부인한테 농담을 한거죠. 아마 그 댁 부인이 아주 순진하신 분인 것 같았어요. 가끔 집으로 남편을 찿는 여자 동창들의 전화가 오는데 그걸 꽁해 가지고 있었나봐요. 그런데 그걸 모르고 이상한 소릴 해댔으니.... 그 여자분은 그 때부터 막 술을 부어대기 시작했고 금방 취해서는 횡설수설이었습니다. 알콜이 들어가면 겁이 없어지고 사리 판단이 흐려진다더니 맞는 말이더군요. 남편 동창모임이면 그 자리가 어려운 자리잖아요. 그걸 망각한건지 정말 볼만했습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술주정을 하는데도 남편 친구분은 아무말도 않고 가만 있기만 하더군요. 옆에서 보는 사람이 위태로울 지경인데 말입니다. 엉망으로 취한 그 여자분 때문에 순식간에 모임은 엉망이 되어버렸습니다. 어린 아이들 앞에서 그런 추태를 보이는 것이 정말 얄밉더군요. 다행스러운 것은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도 꾹 참고 봐 주는 남편 친구분이 고맙기까지 했습니다. 노래방 가서 노랠 부르면 술이 깰테지 하는 마음에 그 여자분을 데리고 노래방엘 갔드랬습니다. 의자에 길게 누워있는 아내를 보고 남편 친구분은 엄마나 속이 상했을까요? 속이 상한지 끊었다는 담배만 뻐끔 거리고 있었고, 사람들은 유쾌하지 않은 기분으로 노랠 불렀습니다. 누군가가 혜은이의 '당신만을 사랑해'란 노래를 선곡했고 전주곡이 흐르니 순간 누워있던 사람이 마이크를 나꿔채더니 술 취한 모습으로 누워서 노래를 부르지 않겠어요? 그 모습이 너무 웃기기도 했지만, 술 기운에 눈물까지 흘리며 노랠 부르는 그 여자분을 보니 짠한 마음까지 생기고 묘한 기분이 들더군요. 노래방에서 나와 숙소로 옮기는 중에도 그 여자분은 해서는 안될 실수를 여러가지 했습니다. 아이들한테 보이기 민망할 정도 말입니다. 과연 이 분이 술에 취하지 않았더라도 이런 실수를 했을까요? 윤승희, 조형곤님! 요즘처럼 살기 힘든 시절도 없다고들 합니다. 힘들어서 한 잔, 속상해서 한 잔, 기분 좋아서 한 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린 술과 벗하고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테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지나친 음주는 건강을 헤치는 것은 물론 그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일이 허다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것일 것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적당히 마시고 즐길 줄 아는 문화인이 되어 보면 어떨까요? 술 주정! 그거 남자들이 해도 볼썽 사나운데 여자가 하면 더 꼴불견이더군요. 남녀평등을 외치는 시대에 지나친 비약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음에는 좀더 밝은 글로 여러분을 찿아 뵙겠습니다. 애청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