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시대-제 남편의 오해를 풀어주세요!

제 남편은 정말 급한 성격의 소유자랍니다. 하긴 그 성격 떄문에 우리가 함께 살게 됐지만.. ^^ 9년 전 제가 고3 때 였죠. 아는 언니가 크리스마스 파티한다고 놀러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동네 친구와 함께 갔는데.. 이게 웬 일! 못 보던 남정네들이 수두룩하게 있는 거예요. 깜짝 놀라는 우리를 보며 언니는"내 친구들이니까 같이 놀자" 라고 하더군요. 고개는 끄덕였지만 여중, 여고를 다닌 순진한 저와 제 친구는 어찌나 어색하고 쑥스럽던지 한쪽 구석에서 어색한 미소만 짓고 있었죠. 그렇게 재미없는 하루를 보내고 난 며칠 후.. 우리집에 전화 한통이 걸려 왔죠. 전화를 받으신 어머니는 저를 쳐다보며 "지선이요?" 하더라구요. 전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있는데 어머니가 "받아봐. 남자다." 그러시는 거예요. 평생 남자 전화라곤 한번도 온 적이 없기에(모두 딸 뿐이라..) 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정말 어머니가 받아서 다행이지 아버지가 받으셨으면 전 아마 그 날 다리 부러졌을거예요.) 전화를 받아서 "여보세요"를 했더니 "초면에 죄송합니다. 전 은주 친구인데요, 그 날 지선씨 보고 너무 기억에 남아서 이렇게 전화드렸습니다. 언제 한번 시간 좀 내주세요." 이러는 거예요. 전 너무 당황해서 "예?" 라고 말했죠. 그러자 다짜고짜 "내일 5시에 시내에서 보지요." 그러는 거예요. 전 "안돼요" 그랬지만 저의 거절에 굴하지 않고 계속 만남을 요구하더군요. 엄마와 동생들이 모두 저를 주목하고 있고 때 마침 아버지가 들어오시는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빨리 끊어야겠다는 생각에 얼떨결에 약속을 하고 전화를 끊었죠. 다음 날, 전 완전히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울상을 지으며 약속 장소에 갔답니다. 그리 잘 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입가를 떠나지 않는 미소가 절 편안하게 해주더라구요. 어느덧 시간은 지나 식사를 하고 집으로 가려는데 이 사람, 제가 대답할 새도 없이 "내일도 5시에 여기서 만나요." 그러면서 사라져 버리더라구요. 할 수 없이 그 다음날도 약속 장소로 나갔더니 심각한 표정을 짓곤 이러더군요. "나랑 사귀자. 이 반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 줄려고 사 놓은 거야" 너무 당황한 저는 "예? 생각 좀 해보고요.." 라고 했죠. 그러자 "그럼 5분만 생각해." 하며 저쪽으로 가더라구요. 전 어떻게 거절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금새 나타나서 "5분 지났어. 사귈꺼지?" 그러더군요. 생글생글 웃는 그의 얼굴을 보며 차마 안된다는 말을 못해 결국 사귀게 된 우리.. 그렇게 우리의 만남은 시작됐답니다. 처음부터 급하게 사귄 우리, 뭐가 그리 급한지 결혼식도 올리기 전에 속도 위반을 하고 말았죠. 부끄러운 우리는 차마 집에 말을 못하고 하루 하루 지냈지만 불러오는 배는 어쩔 수 없더라구요. 결국 양쪽 집이 모두 알게 되고 배 때문에 결혼식은 못 올리고 혼인 신고만 하고 살기로 했죠. 그렇게 8년을 함께 살아온 우리 부부. 그 급한 성격의 남편 덕에 결혼식도 못 올린게 너무 억울한데 이제는 오해까지 받고 있습니다. 제가 며칠 동안의 야근에 피로가 너무 많이 쌓여 가까운 동생 집에서 잠을 자고 다음날 아침에 들어갔더니 이 남자 눈에 힘을 주고 저를 보며 "이혼하자" 이러네요. 제 얘기는 들을 생각도 안하고 참.. 미치겠습니다. 승희 언니, 형곤 오빠!! 방송을 통해서라도 제 오해를 풀고 싶어 이렇게 사연 올립니다. "여보, 내가 미안해. 그치만 진짜 동생 집에서 잤어!! 믿어줘~~" 전북 익산시 남중동 140-5번지 3층 김지선 016-898-1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