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간 큰 남자 제 남편 얘기를 해드릴께요.
남편은 수학선생님이세요. 대화를 할 때면 버릇처럼 수학을 대입하곤 하지요.
예를 들면
나---"저기요, 당신 오늘 몇 시쯤 퇴근해요?"
남편--- "파이야."
이러면 그날은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겁니다.
(파이는 3.14.....어쩌구 끝이 없잖아요.^^)
나---"우리 오늘은 밥하지 말고 뭐 시켜먹을까?"
남편---"당신이 싸인과 코싸인을 설명하면 그렇게 하지!"
이건 그냥 밥 하라는 소리입니다.
저는 싸인이고 코싸인이고 골치 아프거든요. ^^
남편---"여보, 애가 잔다. 애가 자네? 애가 잠에 푹 빠졌어."
나--- "그래서요? "
남편---"그동안 못 푼 방정식이나 풀어보자고오~~"
끝에 가선 코맹맹이 소리를 합니다.
이건 사랑과 우정을 확인하는 아름다운 밤(?)을 보내자는 신호랍니다. ^^
어쨌든 간 큰 남자 수학선생님 우리 남편,
짠돌이에 잔소리꾼이어서 제가 상당히 괴롭긴 하지만
마흔 둘이란 나이에 아직도 순수함을 간직한 소년같은 귀여운 데가 있는 사람이랍니다.
그런데요,
그 남편이 갈수록 살이 찌는 겁니다.
76키로였던 몸무게는 80키로, 82키로, 83키로로 늘어가더니
급기야 90키로를 넘기더군요.
그리곤 병원에서 받은 건강진단 결과는 지방간에 고지혈증이었어요.
정말로 간이 비대해져서 커졌더라구요!
하도 잔소리를 해대서 제가 늘 입버릇으로
"당신처럼 간 큰 남자 있음 나와보라그래요!" 하곤 했는데 진짜로 간이 커졌을 줄이야!
지방간이야 흔한 병이라지만 고지혈증은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 중병이라더군요.
2차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더군요.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남편은 비만때문에 그런 병을 얻었답니다.
그 비만은 스트레스때문에 생긴 거래요.
직장과 가정에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병이 생겼을까 생각하니 불쌍하고 미안스럽고 안스럽더군요.
그런데 고집불통 남편은
로그가 어쩌구, 인테그랄이 어쩌구하며 제가 통 알아듣지 못할 소리만 해대곤 2차 정밀검사 날짜를 어물쩡 넘겨버렸답니다.
정말 걱정되더라구요.-_-
그래서
귀찮아하는 남편을 닥달해서 운동을 시켰습니다.
저희 집이 서신동이거든요. 천변에 살기 때문에 달리기를 시켰지요.
살 빼려면 땀부터 빼야하고, 땀 빼는 데는 달리기가 최고잖아요.
퇴근이 늦은 날은 밤 열 두시가 넘어도 뛰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몸무게가 살살 내려가더라구요.
그런데 웬걸!
87키로까지 내려가더니 더이상 진전이 없지 뭐예요?
매일 헉헉거리며 옷이 온통 비 맞은 사람처럼 땀으로 젖어 돌아오는데요.
그래서 헬스클럽에 등록시켰어요.
그랬더니 겨우 1키로가 더 줄더군요.
그렇게 해서 지금 86키로를 유지하고 있답니다.
회식한 날은 도로 87키로예요. 똥배지요,뭐. ^^*
남편이 병명과 결별하려면 앞으로 10키로는 더 빼야하는데,
정말 까마득하네요.
이런 운동이 좋다더라,
다이어트복을 입어보면 어떻겠느냐,
살 빼는데 좋다는 한약 좀 먹어보지 않겠느냐,
가만히 있지 말고 윗몸 일으키기라도 하라는 등
온갖 권유를 다 해보지만 한 귀로 듣는 동시에 다른 귀로 내보내요.
몸이 비대하니까 집에 오면 그저 누울 자리만 찾아요.
그리고 그 동안 관찰한 바로는 저 몰래 군것질을 상당히 많이 하는 것같구요.
아이 먹으라고 놔둔 간식이 사라져서 찾다보면 자기가 먹었대요.
가끔 같이 외출할 일이 생겨 차를 탈 때면 어김없이 과자나 빵이 조수석을 차지하고 있구요.
이러다 그동안 노력마저 도로 아미타불 될까봐 걱정입니다.
윤승희, 조형곤씨
제 남편에게 좀 전해주세요.
저와 아이가 아빠를 사랑한다구요. 그리고 건강하게 오래 우리 가정을 지켜주길 바란다구요.
사십이 넘어서니 여기 저기서 동창들과 지인들이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사람이 언제 무슨 일로 어떤 모습으로 죽게 될지 모르잖아요.
그런데 자신이 어떤 병으로 어떻게 죽을지를 초기에 미리 알게 됐다면 예방할 수 있으니 오히려 행운이죠.
물론 암 말기나 뭐 그런 불가항력적인 병을 제외하고 말이죠.
초전박살! ---제 생각이예요.
노력해서 고칠 수 있는 병임을 알았으면 어떻게든 고쳐서 남은 인생은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죠.
활기찬 생활하니 본인 좋고,
길이 길이 함께하니 가족 좋고,
아는 사람들 조문가고 부의금 내느라고 민폐 안끼쳐 좋고...
일석 삼조네요?
다른 좋은 점도 많을텐데 이것밖에 생각이 안 나네요. ^^
아!
직장에서 자신의 빈 자리때문에 탈이 날 거란 생각은 할 필요가 없을것같아요.
억울하겠지만 비워지면 채워지는 것이 사회의 법칙이니까요.
그리고 그 자리를 채우려고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 또한 무척 많겠지요.
다만, 잠시 그 자리에 꽃다발이 머물다 갈 뿐이겠지요.
그러니
두 분 진행자님들
제발 제 남편에게 군것질 좀 하지 말고, 쉬지 말고 운동하라고 조언 좀 해주세요. 부탁입니다. T.T
"세상의 모든 남편들이여, 자신과 가정을 위하여 아내 말 좀 들읍시다요!"
수고하십시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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