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두분
그동안 뭐가 그리도 바빴는지 여성시대에 사연을보낸지가 꽤 지난것같아요..가끔 남편의 차에서 두분목소리 들으면 함께 참여하고픈 마음 간절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그렇게 잊혀지고,,,잊혀지고,,
오늘은 정말 마음먹고, 향기진한 아카시아꽃이 지기전에 추억을 남기고파 이렇게 사연보냅니다..
저희는 둘째랍니다...
무슨말인지 아시죠?
맏이가 아니라는거죠...
저희 친정엄마가 8남매중 맏며느리라,,,그 고생이 이만저만한게 아니라서 '야야 느그들은 죽어도 맏며느리는 되지 마라,,,징그럽다 징그러~'하는 말씀을 농담삼아,,그렇게 듣다보니
결혼할때도 맘에드는 지금의 남편이 둘째아들이라는 말이 더더욱 그사람을 좋아하게 만들었죠..
저희 시댁은 고창입니다.
황토땅에 농사를 퍽도 많이 짓는 그런곳이죠..
태어나서 그렇게 넓은밭은 처음봤구요,,,밤이 깜깜한데도 논에서 돌아오실줄 모르는 일욕심이 내심 겁을먹게도 했지요.
물론 저희 시댁도 마찬가지에요..
시어머님혼자서 그 넓은 논밭을 거두시니 당연히 저희가 자주 도와드리는 형편이었어요..
그렇데 작년말 어머님께서 아주 큰 결정을 내리셨답니다.
서울 아주버님댁에 아이를 돌봐주러 가신거에요..
저는 속으로 어머님께서 절대로 가시지 않을꺼라 생각했는데,
역시 이 세상에는 자식보다 더 귀한것은 없나보더라구요..
ㅎㅎ 저역시 분명 며느리가 맞나봐요..
어머님가신다는 말을듣고 맨 먼저 무슨생각한 줄 아세요?
'야,,,이제 새벽같이 어머님께서 뭐 해야한다고 전화 안하시겠군아,,'좀 과장한다면 쾌재를 불렀죠..
하지만, 시골분께서 선뜻 내 살점같은 논밭을 남에게 내어준다는게 쉽나요?
남편과 상의해서 큰일은 거의 남에게 맡기고, 어머님도 아주버님이랑 자주 내려오신다고 저희에게 책임을 맡기셨지 뭡니까?
그떄 전 뭐했냐구요?
아니,,,,어머님말씀 들으면 그 말씀이 맞는것같고, 또 집에와서 생각하면 겁도나고,,,,짜증도나고,,,,,그랬어요^^
특별히 저희가 한일은 없지만, 그래도 일꾼사서 땅콩심으면 새참꺼리 해나르고,,,큰일맡긴 어른댁에 드를때면 술상자라도 들고 가야하고, 어머님계시지않은집이 걱정되어 일주일이면 두세번 꼭 들러서 청소하고,,,,
그게 이제 반년이 되어가네요..
처음엔 짜증반,,,,어머님께 야단이나 맞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억지로 했던 일들이 지금은 당연히 저희가 해야할 일처럼 생각되는거있죠?
결혼해서 밭에 고추나,,,논에 나락에는 관심도 없었는데, 지금은 그냥 그쪽으로 저도 모르게 눈이 돌려져요..
빈집지키라고 두고간 멍멍이 밥을 해 주려고 남편없이 혼자 버스타고 다녀온적도 있구요,,,
그 멍멍이가 병들어죽어 난생처음 개때문에 눈물도 흘려봤구요...
그리고 더 중요한건,
어머님계실땐 몰랐는데, 가끔 어머님께 전화해서 답답한 아파트생활에서 힘드실 어머님의 말동무로 스트레스를 풀어드릴 소견머리도 터졌답니다.
지난 어버이날에 어머님도 계시지않은 집에 들렀는데, 비도 부슬부슬내리는 빈집이 참 쓸쓸하더라구요,,
아버님산소에 빨간 카네이션을 어머님몫까지 달아드리고 돌아오는데, 우리남편 그렇지않아도 마음약한데, 삐져나오는 긴 한숨소리가 참으로도 외로와보이더군요..
이제 밭일도 거의 끝났고,
지난주에는 모내기도 했답니다.
어머님계시진 않지만 우리동네에서 제일먼저 모를 심었어요.
그렇게 부지런해야 사람들이 흉보지않는다고 어머님께서 말씀하셨거든요.
참이상하죠?
그렇게 자주 집에들르고, 화단을 정리하고,,,농사에 관심을두고,,,하니까
집에서 쌀 한톨 그냥 흐르는것도 아까운거있죠?
역시 그러게 꼭 이런경험이 필요한 것 같아요..
모내기를 하고 물봐주기를 잘 해야한다기에 시간내서 자주 가 봅니다..
쪼르르르 우리논에 물들어가는게 그렇게 보기좋고,
우리논에서 울어대는 개구리도 이뻐보일 수 없어요^^
줄줄이 줄줄이 심어진 모 처럼, 우리형제들의 일들도 그렇게 모두모두 잘 풀어졌으면해요.
그래서 어머님께서 다시 시골에 오셨을땐 농사일로 쉰내나게 일하는 모습이아닌 여유있는 모습으로 돌아오셨으면 합니다.
'어머님,,,답답하시고, 힘드시죠,,
조금만 기다려보세요,,,모든일이 다 잘 될꺼에요...
그리고요,,,,시골일은 걱정마세요..
모자르지만 채현아빠랑 저랑 열심히 다닐께요..
나락은 주인 발자국소리듣고 자란다면서요,,,
열심히 들려줄께요...
다른집 보다 더 농사 잘 지을꺼에요..
어머님 며느리 욕심 겁~~나게 많잖아요...^^'
두분 항상 밝은목소리 듣기좋아요..
항상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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