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아빠의 수태일기(넘길어도 끝까지...황당한사건은 중간쯤에)

안녕하세요. 입하에 내리고 있는 비가 저의 마음을 더욱 울적하게 만드네 요. 좀 시원해서 좋긴 하지만…^^ 기억하시죠? 저희 신혼 아닌 신혼부부를… 2001년 12월9일에 결혼해서 1년동안 계획하에 자녀를 갖지 않다가 올초부터 노력에 노력을 거듭한다 는 부부…아마 기억나실거예요. 결혼한지도 벌써 1년하고도 6개월이 지나가고 있네요. 지난 3월까지 아 이가 안생겨 맘고생이 심했는데… 이런저런 한약 및 음식을 먹던중… 4월말에 드디어 임신이 되었답니다. 얼마나 기쁘던지… 제가 장남인지라 부모님 또한 무척이나 기뻐하시며 전화에 문자메시지등 기쁨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동원하시더군요. 아무튼 모든 가족들이 이렇게 기쁨을 표출하고 있는동안 저희는 설레이 는 마음으로 산부인과를 찾았습니다.(4월24일) 드라마에서만 보던 광경을 직접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쑥스럽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기분이 묘하더라구요. 드디어 와이프가 진료받으러 들어가고 한참을 기다리다보니 조금씩 불안 해졌습니다. 뭐가 잘못된건 아닌지... 그러더니 진찰실에서 의사가 불렀습니다. 마음여린 와이프는 벌써부터 눈물이 그렁거리고 있었습니다. 뭔가 비장한 분위기가 저의 마음을 콩닥 거리게 만들었습니다. 의사는 초음파사진을 보여주면서 '자궁내에 피가 고여있어 유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청천벽력의 말씀을 차분이 하시더군 요. 확률은 반반이라며 더욱 비참하게 결말을 맺으시는데 서있는 그대로 굳어버리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와이프는 앉아서 펑펑울고 있고, 그때 그 상황을 생각하면 아직도 움찔거립니다. 한가닥 희망이라도 잡을듯 이 것저것 물었지만 안정밖에 방법이 없다고 하시더라구요. 즉시 입원을 시켰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런 일들이라 와이프가 다니던 직 장엔 말로만 통보하여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짧을줄 알았던 병상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병실은 한나산부 인과 7층에 있는 6인실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항상 옆에서 붙어 있지 못할 상황이라 1인실에 가면 외롭고 쓸쓸할까봐 그리고 비용도 만 만치 않아서...) 병실에 들어가자 숨이 턱 막히는 뜨거움이 밀려오면서 순탄치 않을 병원 생활이 상상되더군요. 병실에는 먼저 입원해 있던 사람들이 4명 있었는 데 그중 2명이 와이프와 같은 증상이라 그나마 위안이 되었습니다. 동병 상련이랄까요. 그냥 애착이 가더라구요. 그래서 와이프는 옆 언니들(32 살과 29살인데 초산이래요. 우리와이프는 25살에 초산인데...)과 금방 친 하게 지내더군요. 같은증상의 언니들이 있었기에 믿고 저는 직장에 도 잘가고 집에서 출퇴근도 하였습니다. 솔직히 병실에서는 죽어도 못자 겠더라구요. 너무 더워서 숨이 턱 막히니 와이프에겐 미안하지만 어쩔수 가 없었습니다. 대신에 약속을 했지요. 출산때는 꼭 같이 자준다고..^^ 4월 25일 일요일- 저는 피곤에 지쳐 늦잠을 잤고 일어나서 지저분한 집을 청소하 고 빨래하느라 1시가 넘어 병원에 갔었지요. 그런데....분위기가 냉냉하 고 주변 보호자 및 환자들도 우리 둘을 주시하는것 같더니만 와이프는 급 기야 휑하니 링겔을 들고 나가버리더군요. 왜그런가 싶어 나가봤더니 여 전히 말이없어, 어르고 달래니 펑펑울면서 섭섭함을 말하더라구요. 다른 환자는 보호자들이 와서 얘기도 하고 밥도 먹이며 보살피는데 유독 자기 만 혼자서 아침하구 점심을 먹어야 했으니 스스로 너무 처참하다고 느꼈 대네요. 게다가 입덧도 심해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데 거들어주는 사람이 없으니 그 심정 십분 이해가 갑니다. 바로 옆에 있던 32살 먹은 언니네 시 어머니가 그나마 이것저것 먹여주셔서 굶지는 않았는데, 그렇게 다른사 람이 해주니까 스스로 불쌍하다고 느껴 눈물이 마구 나오더래요. 이런 이 유로 주변사람들이 저희둘의 눈치를 본것이구요. 미안하다고 하고 그때 부터 수발을 정성스레 거두어 주었더니 싱글벙글 하더군요. 이 사건을 계 기로 옆 언니와도 친해졌고 언니네 시어머니도 어머니처럼 잘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방은 더워 땀이 흐르니 따분함과 더불어 막 짜증이 나더군 요. 그래도 함께 고통을 나누어야하니 어쩔 수 없이 황금같은 일요일을 그렇게 보내야만 했습니다. 그러던중 급히 나오느라 볼일을 못보고 나왔기에 저는 황급히 화장실로 갔습니다. 자리를 잡고 열심히(?) 일을 치루는데 글쎄 문틈으로 와이프 옆에 있던 언니중 한명이 보이는 거지 뭡니까! 서성거리며 제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왜 여자화장실에 안가고 이리로 와서 불안하 게 만든데..참, 버텨봐야지.." 7층엔 화장실이 두개가 있는데 주로 환자 및 보호자가 여자들이라 이쪽으로 왔나보다라고 생각하며 버티기 작전 에 돌입했습니다. 하지만....좀처럼 가지않고 가끔씩 보채는 소리에 도저 히 볼일을 볼수가 없었습니다. 또한 적막한 화장실에서 볼일보는 소리가 날까봐 조심조심 조절을 하면서 볼일을 보다보니 영 찜찜하고 개운치 않 아 어쩔수 없이 마무리를 지어야만 했습니다. 밖에 서있는 사람이 안면 이 있던지라 나가기가 쑥스러웠지만 버티기 작전이 실패하면서 내린 결 단이라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식은땀이 주욱 흘러내리며...문을 열고 나 가는 순간! 환자와 저는 눈이 마주쳤고, 동시에 그 당황하는 모습이 화 악 다가오더군요. 저는 안에서 상대방을 확인하였기에 당황보다는 쑥스 럽고 멋적어서 그냥 고개를 까닥이며 "안녕하세요" 했지요. 그랬더니 상 대방의 단 한마디 " 어머~". 저는 속으로 "그러니까 왜 이쪽으로 와서 곤 란하게 만듭니까?"하며 나오는 순간 "아뿔사~!!!"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 다. 내가 내가 왜, 어쩌다가 여자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있었는지.... 상대방에게 황당함을 준것에 대한 죄스러움과 변태로 오해하고 있을지 도 모른다는 수치심이 밀려오면서 그자리를 모면하려 정신없이 벗어나 와 아무일도 없던것처럼 행동하려 애썼습니다. 정신이 멍~ 하니 그 상황 에 대하여 골똘히 생각하여 보았는데, 며칠동안 와이프를 데리고 여자화 장실을 수도 없이 드나들다보니 볼일보러 들어가는 순간에 자연스레 입 장하였던 것이었습니다. 와이프 침대 아래에 숨어 와이프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쥐죽은듯이 숨어있는데 옆침대 환자분이 한참후에 들어오시더 군요. 그분도 민망해서 어디가서 마음을 추수리고 오셨는지 시간이 많이 지나 들어오셨고, 오자마자 누워 바로 눈을감고 낮잠을 청하시더라구요. 아직도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아찔하답니다. 그 후로 어떻게 되었냐면요.. 그 다음날 점심때 가보니 그 환자분 자리가 텅 비어 있더라구요. 와이프한테 물어봤더니 6인실이 불편해서 1인실로 옮겼다고 하더라구요. 1인실은 6인실보다 4만원이다 더 비싼데.... 진실이 어찌하든 민망한 부딪힘을 안해도 되니 다행이었습니다. ^^ 4월30일 와이프가 회사 자리를 비운지 일주일이 되어가다보니 신고해야할 일과 사원들 급여수령액을 계산해야 하는등 일때문에 와이프는 좌불안석이었 습니다. 그래서 어쩔수없이 외출을 결심하고 링겔을 뽑고 회사로 향했습 니다. 빗방울이 오늘처럼 무지 내리더군요. 저는 평소에는 생각지도 못했 던 회사 사무실 정문앞에 자동차를 바짝 붙여 충성을 다하여 보살폈습니 다. 아니나 다를까 행복해했는데 그것도 잠시 일을하다말고 댓번이나 심하게 토하여 제대로 일도 못하고 목에서 피까지 나왔다고 해서 마음이 너무나 아팠습니다. 회사에다 그만둔다고 했지만 입덧이 어느정도 끝나 면 괜찮아질거라고 퇴사처리를 안하고 있으니 난감하고 그러다보니 일 을 해야한다는 책임감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있습니다. 급기 야 일거리를 병실로 가져가서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보니 안스럽기만 하 네요. 그래도 사원들 월급은 주고 회사소득신고 및 세금을 내서 다행이네 요. 5월6일 이틀의 연휴를 병실에서 보내야하다니.. 날씨도 굉장히 좋았는데..너무 나 아까웠습니다. 날도 뜨거운데 뜨겁디 뜨거운 병실에서 땀흘리며 황금 의 연휴를 보내야 했으니..... 오늘도 비가 억수로 내리고 있네요. 오늘은 즐거운 일이 생겼습니다. 와 이프의 둘째언니가 둘째를 출산하였습니다. 우리아기는 이제 1.5cm라는 데..언제 클런지...^^ 살포시 미소가 잡히는 이유는 와이프는 7층에 입원해 있고 둘째언니는 6 층에서 출산을 했기 때문입니다. 와이프와 링겔을 끌고 6층으로 내려가 축하를 해주었답니다. 5층에가서 조그만 아기들이 가득찬 아가방에 가서 아기도 보고 가족들이 많아서 그 런지 와이프 기분이 많이 좋아진것 같았습니다. 또 며칠 있으면 셋째언니가 익산에서 출산합니다. 잘했으면 언니 둘이 같 이 출산을 할수도 있었는데, 셋째언니가 좀 늦추려고 애를 쓰고 있다네 요. 장모님만 바쁘시게 생겼더라구요. 둘째 셋째 산후조리해야지... 막내 임 신중이면서 입원중이라 신경쓰셔야지.. 정말 고생 많으신 우리 장모님 빨리 편하실 날이 와야 할텐데 제 와이프 만이라도 괜찮으면 좋을텐데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양의해인 올해는 양띠인 와이프를 선두로 새로운 양띠가족 3명이 오손도 손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기대하며 길고긴 저희 가족의 수태일기 를 보내봅니다. 너무 길고 이해시키기 위한 첨부의 글들이 많이 들어갔으니 이점 이해하 여 주세요. 작가님이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시여 짦지만 굵고 재미나게 사 연을 수정하여 주세요.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드릴께요. 장편의 글 읽으시느라 고생많으셨지만 저 또한 이 글 쓰느라 힘들었으니 까 피장파장 더이상 얘기하지 말죠.^^ 그럼 수고하시고 우리 아가와 와이프, 저의 수태일기는 다음에 다시 올리 죠. 전북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1가 코튼클럽(주) 품질관리과 이용민 씀. 둘째언니 출산도 축하할겸 즐거운 노래도 부탁드립니다. 수고하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