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누이에게

이제 곧 어버이날이 돌아옵니다. 때마침 어제는 돌아가신 어머님의 기일이였지요 결혼하고 처음 맞는 어머님 기일에 저희 4형제가 모처럼만에 저희 집에 모였습니다. 2살위인 저희 누나는 그날도 어김없이 김치며 밑반찬을 한아름 안고 왔습니다. 제아내가 임신을 했는데도 잘 와보지도 못하고 사는게 바빠 이것저것 챙기지도 못했다며 연신 미안해하는 누나를 보면서 가슴 한켠이 아려왔습니다. 제가 중학교 2학년, 누이가 고등학교 1학년 되던 해 저희 어머니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결혼 10년만에 어렵게 보신 누나와 그밑으로 줄줄이 어린 동생들을 남겨 놓고 그렇게 홀연히 떠나셨습니다. 누나는 그때부터 저희들에게는 엄마같은 존재였습니다. 한참 멋부릴 시절, 누나는 이미 학생도 멋부리는 여학생도 아니였습니다. 학교에서 오자마자 옆집 아주머니에게 달려가 반찬 만드는 법이며 김치 담그는 법을 배워 저희 동생들을 먹여야했고 홀로 계신 아버지의 와이셔츠를 반듯하게 다려주어야 했으며 자신은 늘 도시락 없이 학교에 가면서도 세명이나 되는 동생들의 도시락은 항상 챙겨주었던 내 누이! 그래서인지 저는 한번도 어머니 없는 설움같은건 느껴보지 못하고 밝게 성장했습니다. 그시절엔 그런 누나의 모습이 그저 당연하게 생각되었는데 결혼을 하고 장모님이 제 아내를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 누나의심정이 어땠을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이 둘을 낳을 동안 곁에서 살갑게 조리해줄 친정엄마도 없었고,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마음 놓고 상의할 엄마가 누나한테는 없었다는걸 이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제아내는 제가 누나한테 하는 말투며 행동이 너무 하다고 합니다. 꼭 화내는 사람처럼 왜 맨날 누나한테 투정섞인 말만 하느냐고요 그러면서 제아내가 그랬습니다. '누나도 여자라고요. 멋도 내고 싶고 이제 동생들한테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도 같고 싶은 그냥 평범한 여자라고요. 저와 제 동생들한테만 어머니가 않계셨던 것이 아니라 제 누이한테도 어머니는 않계셨던 것인데 왜 당신은 늘 누나의 보살핌이 당연한듯 사냐고요 이제 누나를 풀어줘야 한다구요' '당신이 뭘 아냐!'며 아내를 타박했지만 자세히보니 참 고왔던 제누이의 눈가에 주름이 한가득 했고 하얗고 뽀얗던 양손은 여느 아낙들보다 더 굵어져 있었습니다. 순간 울컥하는 마음에 눈을 돌려야 했습니다. 아내가 어버이날이라고 챙겨준 화장품을 슬며시 누나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제누이 하는 말이 '내가 너한테 뭐 부모노릇 한게 있다고 그러냐 ! 이럴 돈 있으면 니각시 맛난거나 사줘라!' 그럽니다. 제겐 어머니 보다 더한 사랑을 베풀어 준 누이에게 오늘은 평생 한번도 못한 말을 해야겠습니다. '누나!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신청곡:이문세'파랑새'(저희 식구들이 모두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신청자:익산시 영등동 제일4차아파트 605동 1106호 온정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