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머리카락과 보너스

화창한 토요일 오후 일곱살난 손주가 거실 쇼파에서 T.V 보며 몸부림 하기에 '유치원 안가니까 심심하지'? 인터넷 여행을 하다가 슬쩍 말을 걸었다 '할머니 ,하얀 머리카락 뽑아줄래'? ' 한개에 100 원씩' ' 알았어 ' 총알같이 등뒤로 와 구부리고 앉아서 머리속을 헤집더니 용케도 하나씩 뽑는다. 뒷 머리는 짧아서 좀 힘들것 같은데 여러번 시행 착오끝에 한개씩 뽑고는 숫자를 세며 신이났다 어느새 하얀 머리카락이 4 개나 뽑혔다 상 모서리에 나란히 줄지어 놓고 마지막 한개만 더 뽑기를 기다렸다 ' 다섯개만 되면 500 원 줄테니 과자 사 먹어 ' 아이는 '좋았어 ' 하면서 머리속을 이리 저리 헤집더니 잘 안잡히는지 끙끙댄다 한참을 실갱이 하더니 힘들다며 쇼파로가서 벌렁 누우며 쉬었다 한다고 한다 다시 다가와 무릅꿇고 앉아서 마지막 한개를 뽑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짧은 흰 머리카락이 숨박꼭질이라도 하듯 영 안잡히는 것 같다 결국은 지쳐서 하는 말, ' 할머니! 뽀너스라는게 있잖아,' 한다 모르는 척 ' 보너스가 뭔데?' 물으니 '아! 뽀너스, 그냥 주는거 있잖아,' '그러니까, 한개는 그냥 뽀너스로 주면 안돼 ?' 한다. 속으론 일곱살 짜리가 그런말을 한다는게 놀랐지만 어른도 잘 안잡히는데 여린 손에 너무 무리인가 싶어 ' 그래 됐어, 한개는 보너스로 친다 '하였드니 아이는 함박 웃음 웃는다 신이 나서 돈을 가지고 나가는 아이를 보며 잠시 생각했다 손주 한테 한방 얻어맞은 기분이다 숨박곡질 하는 흰 머리카락 하나 때문에 쪼그리고 앉아서 10 여분을 고투하였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포기하지 않는 그 집념에 박수를 보내며 내가 먼저 ' 그래, 한개는 보너스다 ' 하고 선심 쓸껄, 괜히 아이를 힘들게 한것 같다. 늙으면 아이들 한테서도 배운다고 했던가. 아직은 젊은 할머니인데 이 둘째 손주한테는 가끔 당할때가 있다 어쩌다 사투리가 나오면 토씨 하나라도 여지없이 지적한다 10살된 제 형한테도 부당한 대우는 절대로 용납하지않는 당찬 손주, 유치원 3 년차 다닌다 푸르게 성장해가는 손주들에게 정서적인 위안도 받으며 삶의 희열과 고통을 함께 나누며 살고있다 때때로 깜짝깜짝 놀랄만큼 이이들의 이이큐가 높다는 사실에 정신을 바짝차려 본다 공부하는 할머니가 되기위해 도서관에 다니며 독서하고 손주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아동 독서 지도과정 강의도 받는다 동심으로 돌아가 동화책도 재미있게 읽어주는 멎진 할머니로 부각되고 싶다. 중화산동 광진 아파트 102동 305호 윤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