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냉장고 한 켠을 보니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이 들어있습니다. 어제 산 염색약과 잇몸치약이 냉장고에 들어있더군요. 그걸 찾느라고 반나절을 찾아 헤맸는데 말입니다. 집청소를 하다 축축해진 소매를 닦으러 방으로 들어와서는 왜 들어와 있는지도 모릅니다.
두꺼운 건망증이 40 중반 넘어 온 첫 변하였습니다. 어머니를 닮아 30대 후반부터 검버섯이 얼굴과 팔에 생기기 시작하고 앞머리는 벌써 백발의 증후가 보인지 오래였습니다. 두통이 심해 매일 약으로 삽니다.
기억력 감퇴에 몰아치는 심한 우울증, 내 안에서 일어나는 호르몬들의 화학반응에 옴짝달싹 못하고 당하고만 있었던 것습니다.
아! 소위 이런 것이 갱년이구나. 열이 자주 오르락 내리락해 병원에 가보니, 의사가 혈압이 높다고 일주일 뒤에 다시 한 번 재보자고 했습니다.
키도 줄고, 쪼글쪼글 여기저기 아픈데가 그리 많은지 매일 병원가는게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움츠려듭니다. 서서히 노년을 준비해야 하는 나이가 되면서 가족이 나를 위로해 주기를 바라고 이미 둥지를 떠난 막내가 축 늙어지고 주름의 무게가 드는 엄마를 한 번이라도 더 봐줬으면 하는, 엄마의 힘겨운 숨소리를 들어줬으면 하는 것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왜 새삼 이런 배부른 소릴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식들 다 커놓고 할일 없이 집에 있으니까 헛생각만 한다고를 할 수도 있겠지만 서글픕니다. 뭔지 몰라도 서글픕니다.
기운 좀 주십죠... 저! 갑자기 할머니 된 것 같습니다.
(익산시 부송동 시영아파트 가동 40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