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도 춥던 1982년 12월 5일 낮 12시 30분
저는 무척이나 가슴이 설레이고 있었어요
제 생애 최초로 맞선이라는 것을 보는 날이었거든요
그때 나이 방년 23세.
상대남은 30살이 넘은 노총각.
나이 하나로도 절대로 맞선을 볼 마음이 없었는데
할아버지의 불호령에 아가씨의 높고도 높은 자존심을 잠시 접기로 하고
맞선을 보기로 하였죠
막상 맞선을 생애 최초로 보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참 기분이 이상하데요
비록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는 맞선에 나가는 것이라도
여자는 여자다워야 하기에 나름대로 며칠전부터 멋을 부렸어요
손톱 발톱도 단정히 깍고 손가락 전체에 메뉴큐어를 칠하면
남자측 어머니라도 나오시면 "손가락 열개가 다 뻘것네"할것 같고,
하나도 안칠하자니 너무 촌스러울 것 같고 그래서 끝에 손가락 하나씩만
칠했어요 아마도 애교 있어 보이라면서......
눈썹도 단정이 정리하고,머리도 동네 미장원을 벗어나 시내에서
좀 잘한 다는 곳으로 나가 단정하게 잘랐어요
입고 나갈 옷도 다리미로 심혈을 기울여 줄 잡고 나니
이제 만반의 준비는 끝.
마음의 준비만 남았다!
만약의 상대남이 곤란한 질문이라도 하면 어떡하지....
저쪽집에서 누가 나올까?
혹시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한가지씩 보고 가려나?
아니면 남자 혼자 나올라나....
시간은 왜 그리도 빠른지 드디어 맞선 보기로 한 날.
잠을 설쳐서인지 화장도 잘 안 받고 왜 그리 정신은 없던지 몰라요
약속장소인 커피숍에 도착하기까지 가슴은 또 왜 그렇게 쿵쾅거리던지
다리는 붕붕 떠서 걸어 다니는 듯하고,거기다 하품까지 나더라구요
드디어 상대남과 그의 어머니를 만났어요
한참이 지나 제대로 얼굴을 쳐다 보았어요
으------- 그 실망,허무,허탈,허뭐시기......
왜냐구요? 저의 이상형이 절대로 아닌거에요
우선 30살이 겨우 넘었는데도 왜 아버지 정도의 나이로 보이는지...
거기에다 시골스런 옷차림,커피숍이 떤나갈 정도로 큰웃음,
무엇보다 작은 키에 깡마른 체격...
어뭏튼 그동안 며칠을 공들여 단장하고 가슴 콩닥거리며
맞선을 준비한 제가 다 싫더라구요
당장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었지만
아는 분이 소개를 했기에 하는 수 없이 차만 마시고, 식사하자는
상대남의 얘기를 "맞선에 밥을 먹으면 안 이루어진대요"라며
서둘러 나왔어요
정말 다시는 그커피숍에 가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래요?
글쎄 그남자 다음날부터 저희 집으로 퇴근을 하는 거에요
"첫눈에 반했습니다!또한가지 "식사를 안하신다길래 저에게 마음이
있는걸로알았습니다" 라면서.
저는 그남자가 집에 올시간이 되면 일부러 피하기도 했지만
그남자는 그러면 그럴수록 더 집요하게 다가서더라구요
얼마를 그렇게 하니 혹시 늦기라도 하면 저보다 동생들이나
부모님이 더 기다리더라구요
어휴 인연이 뭔지?
"한번보고 두번보고 자꾸만 보고싶네"라는 유행가 가사를
따라 가기라도 하듯 그렇게 하기를 5개월만에 저희 둘은 예식장에서
나란히 서 있는 사이가 되었답니다
그런지가 엊그제 같은 데 벌써 20년
윤승희씨 조형곤씨
저희 부부 4월 26일이 결혼기념일 20주년이거든요
많이 많이 축하해 주세요
수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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