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전주 토박인데요 결혼을 하면서 서울로 이사를 했습니다. 친정이 전주라 자주 전주를 들리구요, jmbc여성시대도 다시 듣기로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곤 한답니다. 그러다 보니 오늘은 왠지 저도 한번 참여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글 솜씨는 없지만 제 사연을 올려볼까 합니다. 채택이 된다면 시어머님과 방송을 함께 들으며 제 마음을 전해 드리고 싶어요. 저의 시어머님은 남대문 노점상에서 배추를 팔고 계십니다. 새벽 6시에 일어나시어 저녁 10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 오신답니다. 남편은 그런 시어머님이 안서러워 눈시울을 붉히는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갑니다. 어제 저녁에도 슬쩍 돌아눕는 양어깨가 소리 없이 들썩거렸습니다. 저는 시어머니께서 살아 온 세월이 내 남편의 삶이 였다는 걸 알기에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매어져 옵니다. 시어머님은 부유한 집 외동딸로 태어나시어 부모님이 정해 주시는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낮선 남자와 결혼을 하셨지요. 그때부터 시작된 그 고단한 삶이 칠순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한번도 마음 편히 쉬어보지 못한 나날이 되었습니다. 제가 얼굴도 모르는 시아버님은 평생을 두고 직장 한번 제대로 가져 본 적이 없는 분이셨습니다. 시어머님은 두 형제의 먹거리를 얻기 위해 돈이 될만한 일은 무엇이든지 닥치는 대로 하셨고 두 아들이 커 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유일한 시어머니의 희망 이셨지요 남편이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였습니다. 시어머니는 이 착하고 기특한 작은 아들 공납금을 마련하기 위해 100원 200원 모은 저금통장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계셨습니다. 몇 달만에 집에 들어 온 시아버지는 그 저금통장을 몰래 훔쳐 다시 집을 나가고 말았습니다. 시어머님은 살아오면서 그 때처럼 절망한 적이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등록 일은 다가오고 둘째아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차라리 이대로 삶이 끝나 버렸으면 하셨습니다. 이리저리 뛰며 돈을 구해 보았지만 찌들리게 가난한 어머니에게 돈을 빌려 줄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등록 일을 하루 앞두고 시어머니는 끝내 정신을 놓고 말았습니다. 빗질하지 않은 머리를 풀어 헤치고 속옷 바람으로 온 동네를 헤집고 다니셨습니다. 눈동자는 초점을 잃고 허공만 바라보시는데 작은 아들의 통곡조차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어머니는 몇 달이 지나고서야 정신을 차리기 시작 하셨는데 그 때를 시어머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그때 하느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지금 나는 없었을 게다" 그때부터 신앙을 가지기 시작하며 시작된 봉사생활이 몇 십 년을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늦게까지 배추를 파시는 그 고단한 몸으로 주말이면 청량리 성모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계십니다. 오직 주어진 삶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찾아 봉사하시는 어머니를 뵈면서 역경을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그 모습에 이 며느리는 삶의 지혜를 배우고 있습니다. 옛말에 '남편 복 없는 사람 자식 복도 없다'고 했던가요. 어머니의 고난은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가 남편처럼 의지 해오던 큰아들이 그 아버지의 삶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가고 있었습니다. 어렵게 들어 간 직장을 몇 달도 못되어 들락날락 그리기 일쑤였고 술을 손에서 놓치를 않자 큰며느리가 급기야 가출을 하고 말았습니다. 시어머니에게 큰아들 뒷바라지는 남편이 주는 고통보다 훨씬 더하리라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이 아들들은 바로 어머니의 희망이었거던요. 큰아들은 배추장사를 하고 늦게 들어오시는 어머니에게 온갖 행패를 서슴치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지금도 앞치마를 두른 채 길가에 앉아 큰아들이 술에서 깨기를 기다리는 날이 늘어만 갔습니다. 술에 취해 공원 벤취에서 잠이 든 아들을 찾으러 이리저리 헤매는 시어머니를 보며 참으로 기구한 운명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퇴행성 관절염 만성 두통과 원인 모를 메스꺼움 등 온갖 질병으로 고생하시는 시어머님은 오늘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큰아들의 술 뒷바라지를 위해 아침이슬을 맞으며 남대문 노점상으로 나가십니다. 어머니! 어머니께서 믿고 계시는 그 하느님께서 이제는 길고 길기만 한 그 고난의 길에 따스한 봄날이 찾아들도록 도와 달라고 이제 저도 기도하렵니다. 어머니. 너무나 부족한 둘째 며느리에게 고통 속에서도 항상 웃어 주시던 어머니셨습니다 함께 살자고 작은 아들이 울며 부탁드릴 때 어머니는 완강하게 거절 하셨지요. 저는 다 알고 있습니다. 작은 아들에게 부담주지 않으시려는 그 깊은 어머니의 마음을요. 그 무엇으로 어머니를 위로해 드릴까요? 잘 살겠습니다. 우리로 하여금 어머니에게 근심 드리는 일 없도록 그렇게 살겠습니다. 어머니! 더 이상 아프지 마시고 아무쪼록 건강하십시오. 함께 살수 있는 날이 언제 일지 모르나 언제든지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는 둘째 아들과 며느리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02-337-8370 018-865-2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