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에는 3명의 남자가 삽니다.
36살먹었지만 정신연령은 우리 큰 아들벌 격인 남편,
5살 밖에 안 됐지만 8살 짜리를 울리는 골목대장 우리 집 장남,
4살먹었지만 너무너무 고집이 쎄 이제 내놓은 자식, 우리 막내아들.
이들 세명은 만났다 하면 총 싸움에다 칼싸움, 심지어는 공룡싸움까지 합니다.
공룡싸움이 뭐냐면 서로 으르릉 거리며 견재하다가 결국엔 레슬링으로 변하는 희안한 싸움이죠.
참, 우리집 소파는 거실 한 가운데 있답니다.
총 싸움을 할 때나 악당잡기 놀이 할 때는 소파를 거실 중앙에 산처럼 놔두고 어느 한명이 쓰러질때 까지 빙글 빙글 돌아야 하니까요.
거대한 3인용 소파가 넘어져 있는 모습이 상상 되세요?
바로 싸움꾼 3명이 같이 사는 우리집에서만 가능한 일이죠.
전쟁놀이를 할때는 나무 블럭을 마구 던져대서 우리집 장판이 움푹움푹 곰보얼굴로 변해 버렸고, 칼싸움을 할 때는 어찌나 휘둘려댔는지 포로를 숨겨놓은 망사 커텐이 찢어져 버렸답니다.
이렇게 못쓰게 된 살림도 문제이지만,
정글의 왕 타잔이랍시고 식탁에올라서서 소리를 지르지 않나,
피터팬에 나오는 해적선이랍시고 침대에서 쿵쿵 거리지 않나,
토이 스토리의 주인공인 버즈의 우주선이라고 만든 의자에서 폴짝 폴짝 뛰어내리니 옆집, 아랫집은 물론이고 윗집까지 시끄럽다고 매일 인터폰이 울려댑니다.
왜 이럴까요?
과격함이 날이 갈 수록 점점 더 심해지니...
비디오에서 본 걸 그대로 따라하고 싶은가봐요.
저는 남자라도 여성의 부드러움이나 세심함을 길러주고 싶거든요.
그림 공부라도 할라치면 붓을 손으로 만져서 입고 있던 옷들이 알록달록 뻬에로의상으로 되어버리고, 정서 순화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어주다 보면 어느새 책으로 징검다리 만들기를 해 버리니,집이 난장판으로 변하는 건 시간 문제 더라구요.
이제라도 군기를 잡으려고 시끄럽게 놀면 혼내준다고 했더니, 아빠 오실때까지 밥도 안 먹고 기다리겠데요.
뭐 단식투쟁이라도 할테면 하라지요.
이젠 저도 좀 조용히 살고 싶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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