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

시집 간 언니로 부터 예전에 할머니가 끓여 주시던 구수한 된장국이 먹고 싶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할머니의 된장국이라... 갑자기 할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지금은 하늘나라로 가신 저희 할머님은 좀 독특한 분이셨어요 가난한 집배원이시자 2대 독자 집안으로 시집오신 저희 할머니는요 이 손이 귀한 집안에 딸만 다섯을 낳고 3대 독자로 아들을 낳으셨는데 그분이 바로 저희 아빠이시지요 저희 엄마는 이 손이 귀한 집안에 시집 오셔서 첫아이로 4대독자가 되는 저희 오빠를 떡하니 낳으셨는데 그때 너무 좋으셔서 저희 할머니께서 저희 마을에 돼지 한마리를 잡으실 정도였데요 그런데 그뒤로 저희 엄마는 내리 2명의 딸을 낳으셨지요 제가 태어나던날 저희 할머니는 병원에도 않와 보셨데요 물론 딸이라는 이유에서 이지요 미역국은 커녕 저를 한번도 안아 주시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제가 딸로 태어난 것은 저희 언니가 삼신 할머니께 텃을 잘못 팔아서 그렇다면서 저희 언니 역시 미워하셨더래요 너무 하지 않냐구요? 왜 옛날분들에게 아들은 정말이지 금송아지 만큼 중요한 것이였데요 더더군아 저희 집안은 아들이 너무너무 귀한 탓에 할머니가 그러시는건 이해해야 할 일이긴 했어요 그런데요 사건이 터졌답니다. 너무나 서러운 시간이 흘러 제가 갓 돌을 지난 어느날 거의 안아 주시지도 않던 저희 할머니는 직장에 가신 저희 엄마를 대신해서 하는수 없이 예방접종을 하러 저를 데리고 읍내 병원에 가셔야 했데요 잘 갔다오나 싶었는데 저희 집이 그때만해도 버스가 않들어와서 버스정류장에서 30분은 걸어야 했거든요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오시던 저희 할머니가 '아이구! 니가 꼬추 달린 놈이 였어면 얼매나 좋아!'하시며 넋두리를 하시는 순간 그만 돌부리에 발이 걸리셔서 안고 있던 저를 놓치셨데요 할머니는 널부러 지시고 저는 공중으로 붕 떴던 그 몇초간 할머니는 순발력을 발휘하여 엎어지셨던 몸을 바로 세우셨고 저는 용케도 할머니의 배 위로 떨어졌데요 배위에 떨어진 제가 튕겨 나갈까봐 한쪽 팔을 힘껏 뻣어서 저의 어깨를 붙잡으셨데요 구사일생으로 저는 땅바닥에 튕겨 나가지 않았구요 저희 할머니는 갑자기 엉엉 우시기 시작하셨데요 본인 때문에 아이가 잘못 되었을 수도 있었겠구나 싶으니까 어찌나 서럽던지 자신도 모르게 울음이 나오시더래요 지금도 저의 왼쪽 어깨는 약간 늘어져 있지만요 그때 할머니가 잡아 주시지 않으셨다면 지금 이세상에 있기는 좀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그 황당한 사건 이후로 저에 대한 할머니의 대접(?)은 360도 바뀌셨답니다. 죽을려다 살았다면서 맛난것이 생기시면 저먼저 주셨구요 용돈도 저희 언니는 않주셔도 저는 꼭 주셨구요 옷도 철마다 사 주셨답니다. 그 기분 아마 당해보지 못한 사람은 알지 못할꺼예요 아마 그때 그 사건이 없었다면 저도 저희 언니처럼 딸이라는 이유로 한참은 더 구박을 당해야 했을꺼예요 저희 언니는요 요즘도 '그때 내가 일을 당했어야는디...'한답니다. 항상 제편이셨던 그래서 4대독자 저희 오빠 보다 더 많이 사랑해 주셨던 저희 할머니! 물론 제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돌부리에 넘어져서 살아났다는 이유이긴 하지만요 그래도 너무너무 할머니께 감사드려요 그리고 보고 싶네요 신청자:익산시 신동 89-1번지 김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