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잎이 버터에 잘 구워진 팝콘처럼 바람에 날리자 저는 또 싱숭거리기만 하였습니다.
프릴 잔뜩 달린 블라우스도 입어 보고 싶었고 기계주름 많이 들어간 샤넬라인의 스커트도 입어보아 멋을 부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남편은 그런 내 속도 모르고
"당신 왜 그렇게 밥을 못 먹어? 어? 혹시 다이어트? 그렇구나.
요즘 당신 허리통이 마치 절구통 같던데 잘했어. 며칠 굶어도 끄떡 없을 테니까 한 번 잘 성공해 봐! 난 이 상추쌈사서 밥먹을 테니까...쌈장에는 그저 잘 다져진 마늘이 팍팍 들어가야 한다니까 아 맛있어!"
하며 씨익하고 웃음을 날리는데 그 마늘 냄새가 제 콧속으로 쓱 들어와버리는 것입니다.
그래도 시들하기만 하였습니다.
그래요 난 절구통이라우...
난 하마다리라우...
당신이 뭐라고 한들 이 봄바람 난 아주마이의 속내를 알리 있겠수?
하고 그만 식탁을 떠나서 작은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장롱을 뒤져도 구닥다리 옷 밖에 없고.
신발은 뭉툭한 굽이 구식이라고 단박에 알게 하는 촌스러운 것 밖에 없었습니다.
남편은 그 많던 상추를 다 싸서 먹더니 신문을 뒤적이면서 커피를 달라..과일을 달라고 뭔가를 주문해다고 있었지만 저는 계속 싱숭거리는 제 마음을 맞춰줄 예쁜 옷만을 찾아댔습니다.
물론 나올리가 없지요.
결혼하고 단 한 벌의 옷도 사 본 적이 없을 만큼 바쁘게 움직여 왔던 저였기에요.
다음 날 저는 얼른 집을 나섰습니다.
예쁜 옷을 입었냐구요?
아닙니다.
그저 칼라 되게 넓고 허리는 잘록하게 들어간 6년 전의 블라우스와
무릎 위 5센티는 올라온 듯 어색하게 촌스러운 나의 스커트에다가
결혼식에 받았던 구두를 신고선 말입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새로 살 형편은 되지 못하고 바람 들어간 이내 마음을 달랠 길은그저 어디라도 한 번 꼭 나가야 풀릴 판국이었으니까요.
그러나...
막상 나가도 갈 데가 없었습니다.
친구들도 하나 둘씩 소식을 하지 않게 되었고
비척거리는 걸음을 겨우 떼기 시작한 아들의 손을 잡고 갈수있는 곳은 고작 모래 많이 있는 놀이터밖에는요.
그래서 집 앞 분식 집에서 한 줄에 천원하는 김밥을 두 줄사고 아들 좋아하는 동물 그림의 쥬스도 한 병 샀습니다.
벤취에 앉아서 아들 노는 모습 한 번 보고...
제 바람만 마음 한 번 가라앉히고..
떨어지는 벚꽃잎 한 번 보고...
김밥 한 개 집어 먹고...
그래도 좋더군요.
역시 바람은 바람으로 다스려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아이먹일려고 했던 김밥은 흥에 겨운 이 아줌마가 다 먹어 버렸고 저는 아들에게 쥬스 밖에 줄 것이 없음이 내내 미안했습니다.
훌훌 털고 일어서는 이 여인네의 모습을 과연 누가 바람난 여인네라고 할 것입니까?
저는 이미 바람 쭈욱 빠져서 또 다시 현숙한 아내로 돌아갈 준비를 하였는데요.
오늘 부터는 저도 남편과 같이 상추쌈을 싸 먹을 것입니다.
물론 마늘을 잘게 다져서 넣은 쌈장을 발라서 말입니다.
굵어진 허리가 어디 굶은다고 가늘어 지겠습니까?
누가 봄바람을 날렸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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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