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노릇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안녕하세요? 윤승희, 조용권씨. 여성시대를 통해 삶의 많은 지혜를 배우고 있는 애청자이면서도 속내를 털어놓기가 또한 쑥스러운 속좁은 아낙입니다. 근데 너무 속이 상한 일이 생기니까 갑자기 하소연이라도 해 볼까하고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봅니다. 쓰다 보면 제 마음도 위로를 받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요. “에스더, 사랑의 빵에다 동전 갖다 넣어라.” 아침 출근 준비를 하면서 동전을 모아 딸아이에게 주었더니, “엄마, 이제 사랑의 빵에다 저금하는 것 아냐.” “왜?” “이제 사랑의 빵에다 저금 안하고 다른 저금통에다 할 거라니까.” “그래도 이것은 사랑의 빵에 넣어.” “사랑의 빵없어.” “.....” “왜 없어?” “내가 꺼내 썼어.” 무엇인가 뒤통수를 한대 쎄게 맞은 듯 잠시 멍해지는 느낌이라 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전쟁과도 같은 출근시간이려니와 이성적으로는 매를 때려야 할 것 같은데 판단이 서질 않더군요. “사랑의 빵 언제 어디서 왜 꺼냈는지 일단 자세히 적어서 저녁에 이야기하자. 단단히 각오해.” 쏘아 붙이고는 서둘러 우리는 집을 나섰습니다. 아이는 학교로 저는 직장으로. 종일 맘이 무겁기만 했습니다. ‘차라리 늦더라도 매를 때릴 걸.’ 하루종일 어두워있을 아이의 얼굴을 생각하니 더욱 그랬지만 제자신도 아직 이 사건이 어떻게 됐는지 도무지 정리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괜한 화풀이식 면죄부만 될 것 같아서 참았던 것은 잘했다고 생각하며 눌렀습니다. 그리고 그것도 벌이려니 생각하면서 저는 하루종일 어떻게 할까 내심 고민에 싸여 우울하기만 했는데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보니 딸애는 생각보다 밝아 보였습니다. 동생말로는 학교에서도 재미있게 놀고 밥도 다 먹고 집에서도 간식까지 다 챙겨 먹었다고 따발총 쏘듯 일러줍니다. “엄마가 쓰라고 한 것 다 썼어?” 엄마를 보고 다시 어두운 표정이 된 딸애는 고개를 절래절래 합니다. 다시 화가 나는 것을 꾹 참고 “엄마 저녁 준비할 동안 써서 갖고 와.” 했습니다. 그냥 매를 때리고 나면 해결될 문제였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을 했고 엄마가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를 아이가 알아야 될 것 같아서 정리해 보게 했는데 그것도 제 생각뿐인가 봅니다. 아이는 대충 제가 써준 물음에 단답식 달 듯 간단하게 적어 왔더군요. ‘엄마가 용돈을 안줘서 뺐음.’같이. 결국 회초리로 손바닥 맞고 다시는 안하겠다는 다짐을 받고 일은 끝났지만 잠이 든 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보는 제 마음은 편하지 않습니다. 맞벌이라는 것을 한답시고 아침 일찍 나가 저넉 7시가 다 되어 집으로 돌아옵니다. 아이들이 고학년이라도 집에 들어오면 4시정도 된다고 해요. 그때부터 제가 올때까지 아이들끼리만 있게 되다보니 컴퓨터나 텔레비전에 많이 시간을 빼앗기는 것을 통제할 수가 없더군요. 거르지 않는 언어들을 남발하는 시트콤을 흉내내는 아이들을 혼내면서도 자책감을 느낍니다. 아이들이 저학년때는 걱정이 더 많았습니다. 아이들끼리만 집에 있는 것도 그렇고 그렇다고 학원을 여러군데 돌리자니 그것도 애들에게 안 좋을 것 같고 말입니다. 어떻게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고학년이라 둘이 있으니 안심이라 했는데 바람 잘날 없습니다. 이렇게 한번씩 뒤로 넘어가는 사건들이 생길 때면 회의가 들어요. 이러면서까지 꼭 맞벌이를 해야 하는 건지.. 제대로 애들 숙제며 학교생활 등을 꼼꼼하게 못 챙겨주다 보니 잔소리만 늘어서 아이들에게 언제나 전 잔소리꾼입니다. 또 딸애는 학기초면 늘 몸살을 앓습니다. “엄마, 녹색어머니 해. 응?” “엄마, 학부모총회때 꼭 와야돼.” 유독 욕심이 많은 우리 딸인데 엄마가 돈번다고 채워주지 못하니 더 말썽을 부리는 것 같은데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일이 이렇게 터진 다음에 우격다짐해 보아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아이들이 저희들의 소망인데 결국 우리의 수고로움이 아이들과 가족의 행복을 위한 건데 아이들이 잘못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생각하며 한숨이 깊어지네요. 슈퍼 우먼은 아니어도 잔소리보다는 아이들과 방을 돌며 숨박꼭질도 해주고 음악도 같이 듣고 해야 하는데 맘같지 않네요. 고된 회사일에 집에서까지 오늘은 어깨가 더 무겁게 짓눌러서 펴지지를 않습니다. 두분 시원하게 제 마음 좀 위로 좀 해 주세요. 지금 저는 무엇인가 제게 힘이 될 말을 해 줄 지혜자를 찾고 있습니다. 근데 생각나는 친근한 분이 두분 밖에 지금 생각나는 사람이 없네요. 두서없는 글 올려 죄송해요. 전북 김제시 검산동 808-1 전화 011-679-7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