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普施)

보시(普施) 부산에서 약간 먼 용굴사 라는 사찰로 관광버스 기사가 안내를 했다 바닷가 맨 끝에 자리한 용굴사는 묵은 바위만큼이나 오랫동안 묵묵히 굳게 버티고 있었다. 앞이 확 트인 바닷가에는 높은 파도가 끊임없이 바위에 부딪치고 이리저리 밀리는 해초들이 어지럽게 떠다니고 있었다. 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까지 음식공양을 한다는 앰프 소리가 들렸다. 관광객들을 위해 산채 비빔밥을 일천원에 드린다는 말씀이었다. 일행들에게 물어보았다. 무슨 절 밥이냐고 하는 쪽과 이런 체험도 쉽지 않으니 식대를 줄일 겸해서 한 번 먹어 보자는 의견이 분분해 한참 망설였는데 잠시 후에 합의일치가 되었다. 나는 보고 듣는 말이 기억이 나서 "밥티 하나도 남기지 말고 드세요" 하였더니 일행들은 "부처가 따로 없네' 하며 웃었다. 스님들은 반찬을 덜 때 김치 조각으로 그릇의 찌꺼기를 닦아 내 먹기 때문에 남는 것도, 씻을 것도, 버릴 것도 없다. 마지막으로 물로 닦아낸 뒤 그 물도 퇴수통에 담는데 그곳에 음식물 조각 하나라도 떠 잇거나 색이 투명하지 못하면 그 물을 스님들이 나눠 마신다고 했다. 맑게 끓인 미역국을 먹으며 속세인의 기질이 발동해 보살님께 여쭈어 보았다. 이 미역은 바다에서 직접 건져 끓이느냐고... 그렇다고 한다. 모두들 생각보다 맛있다고 남김없이 먹었다. 셀프라서 자기 그릇은 깨끗하게 씻어 놓고 가라는 주방 보살님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모두 못 들은 척 그릇만 함지박에 밀어놓고 미안한 듯 슬그머니 나가버렸다. 하기야 누가 찬물에 손 넣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도 충분히 그럴 수 있었지만 수북하게 쌓인 설거지 그릇을 보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옆에 놓인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시작했다. 주방에 보살님은 두 분, 일손이 모자라는 게 당연하다. 열심히 그릇을 닦고 있는데 함께 온 일행중 한명이 함께 하자며 달려들었다. 계속 밀려드는 그릇의 숫자는 헤아릴 수 없이 던져졌다. 얼마나 했을까, 일행이 우리를 찾아왔다. 가야할 시간이 부족하니 일어나라고 했다. 보살님들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고 나오는데 "복 많이 받으실거예요" 하며 등뒤로 축원을 해주었다. 우리는 못들은 체 용굴사를 빠져 나왔다. 그런데 왜 돌아 나오는 발걸음이 상쾌한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불자도 아니지만 바쁠 때 조금 거들어 드린 마음이 왼 종일 기쁨으로 채워 주었다. 이것이 불가에서 말하는 "보시"라는 말이라고 누군가 귀뜸을 해 주었다. 오른손이 하는 일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서의 말씀도 있는데 나는 그걸 알면서도 망각하고 또 이렇게 컴에 올리고 말았다. 전주시 삼천동 안행현대@103동 506호 tel. 016-657-5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