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너무 무심합니다.

경윤씨! 참 오랫만이죠? 우리가 남원에서 이웃해 살때는 남편만 공유하지 않고 다 공유하면서 산다고 농담처럼 말하면서 친하게 지냈는데 내가 전주로 이사하고 많이 무심했죠? 엊그제 신문에서 종호아빠 사고소식을 접했어요. 예비군 중대장 김장철씨 부하사병 구하고 살신셩인. (늘 이집은 김장철이라고 놀려서 기억합니다) 무기고에 무기반납하러 부하사병과 가다가 5톤 트럭에 받쳐서 운명을 달리했다는... 그 상황에서 부하사병들에게 꽉 잡으라고 소리지르고 종호아빠쪽으로 핸들을 꺽어서 혼자만 돌아가셨더군요. 믿어지질 않아서 남원의 다른 이웃에게 전화해보니 사실이더군요. 오늘 대전국립묘지로 향했다고 하더군요. 이 맑고 아름다운 게절이 너무 무심하군요. 이제 초등학생인 종호 종헌이 그리고 너무 젊은 경윤씨를 생각하니 가슴에 돌덩이 하나 얹혀서 넘어가질 않는군요. 경윤씨! 언젠가 경윤씨가 해준말이 생각나요. 종호할아버지 돌아가셨을때 종호아빠 상심이 크겠다고 걱정했더니 종호아빤 공수부대에서 특수훈련도 받고 여러가지 상황을 많이 접하다보니 죽음에 많이 초연하다고요. 그런 군인정신이 있어서 그 상황에서 그렇게 대처했겠지요. 경윤씨! 난 말이에요. 21살에 엄마을 떠나보내고 그나이에 죽음에 초연해 질수 있었어요. 사람은 누구나 한번은 죽는다는것. 다만 빠르게 좀더 늦게의 차이일뿐이라고... 불과 몇십년사이에 말이에요. 경윤씨 난 엄마를 떠나보내고 주위에서 내게 건내는 위로의 말들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되어 이렇게 마음 추스릴 여유없는 경윤씨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이제 깊은 그리움하나 가슴에 간직하고 살아갈 경윤씨에게 그 그리움과 사람 좋았던 종호아빠의 흔적을 내게도 나누어주길 바래요. 혼자 간직하기엔 너무 벅차고 가슴아픈일 아닌가요. 경윤씨! 두아들과 함게 멀리 여행떠난 종호아빠를 추억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살아가다보면 경윤씨 인생 참 풍부해질거라 생각됩니다. 난 말이에요. 이 원수같은 시간이 빨리빨리 흘러가 주길 바랄께요. 경윤씨 내게 답장해 줄거죠? 언제 시간내어서 한번갈께 우리 소주한잔 할까나... 며칠전 남편을 떠나보낸 친구에게 보냅니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 우아2가 아중롯데 아파트105동1506호 Tel:241-3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