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몰랐을까, 그 깊은 사랑을...

따스한 햇살 때문에 방안에서는 희뿌연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고... 정말이지 숨쉬기도 힘든 하루이다. 여느 때처럼 밀린 아침 일거리를 위해 방바닥에 엎드려 걸레질을 시작했다. "따르릉, 따르릉..." 나른한 오전엔 정말 전화 받기도 짜증스러워진다. 간신히 기어가다시피 해 받은 전화. "나다. 전화를 왜 이리 늦게 받냐?" 투박한 어머니의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들려온다. 늘상 되풀이되는 물음과 대답. 하지만 난 잠시 에어컨이라도 틀어 놓은 듯 마음이 시원해진다. 몹시 춥던 어느 겨울이었다. 나는 책임감 없는 내 어머니를 뒤로하고 지금의 어머니를 만났다. 벌써 17년이 흘렀다. 처음 새 어머니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별다른 호감도 느낌도 없었다. 아니 그런 감정조차 가질 수 없었다. 그리고 난 그녀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면서 "네 어머니 새어머니냐"하며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물으시던 선생님이 생각난다. 한참 감수성 예민하던 중학교 시절, 반장과 우등상을 줄곧 차지했던 나에게 이재 학교는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새학기마다 조사하는 가정환경은 날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고등학교 입학하고 어느 날 우연히 "남의 자식 키우는 게 그리 쉽냐"는 어머니의 한숨 섞인 넋두리를 듣고 난 뒤 난 그 길로 집을 나왔다. 정처 없는 방황이 시작됐다. 나는 방황 중 만난 지금의 남자친구와 동거를 시작했다. 그 길만이 내가 "남의 자식"이라는 지옥에서 벗어 날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임신 3개월, 그분은 허름한 골방으로 나를 찾아오셨다. 그리고는 남산만한 내 배를 보며 한참을 서 계시더니 이윽고 내 손을 꼭 잡아주시고는 "밥은 먹었냐?" 하시며 눈물을 훔치셨다. 그리고는 고등학교는 꼭 졸업해야한다며 한 손에 들고 있던 과일 봉지와 검정고시 교재를 내려놓으시고는 그냥 뒤돌아 가셨다. 그때 그분의 어깨가 왜 그리 작아 보이던지, 그새 주름은 왜 그리 많이도 늘었던지, 그렇게 그분을 보내고는 한참을 울었다. 그 뒤로도 가끔 찾아오셔서는 내 구두가 낡은 걸 보시고는 슬그머니 돈을 손에 쥐어 주시고 가시던 분... 결국 첫아이가 뱃속에서 세상을 떠났을 때 나보다 더 오열하며 아파해 주셨다. 비록 친자식은 아니지만 내색하면 내가 힘들까봐 "내가 너 때문에 산다" 하시던 분... 그 많은 시간을 지내오면서 느끼지 못했던 어머니의 사랑이 물밀 듯 내게 밀려온다. 왜 그 사랑을 여태껏 몰랐을까. 그 깊은 사랑을... 오늘도 나른한 하루에 한줄기 봄비 같은 어머니의 전화에 잠시 작은 행복을 느끼며 가만히 속으로 말해본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 4월13일 일요일이 저희 어머니 생신이십니다. 어머니를 위해 꽃배달 좀 부탁드립니다. 그분을 조금이라도 기쁘게 해드리고 싶네요. 주소:전북남원시조산동18-2 전화:063-633-8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