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새삼 아내가 고맙습니다

벗꽃이 만발하는 춘삼월에 어머니께서 팔순의 연세로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어머니의 아들이지만 어머니는 뫼시기가 결코 쉽지만은 않은 성품을 지니셨드랬습니다. 아내는 용케도 이 날까지 큰 목소리 한번 내는 일 없이 잘도 모셔주었습니다. 직원들과 회식자리에서 자주 안주가 되는 고부간의 갈등으로 힘들어 하는 동료를 보면서 분명 내 아내도 나름대로의 어려운 점이 많았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그러나 여태껏 어머니 문제로 스트레스 한번 받아 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고맙기가 이를데 없습니다. 퇴근후 집에 돌아와 어머니께 인사드리는 것을 잊어버리기라도 하면 "여보, 어머니 아직 안주무시는 걸요"라며 은근히 나무라는 아내. 땡전 한푼 지닌것 없이 지질나게 가난 했던 저를 과감히 따라 나서며 끝까지 믿어 주었던 최초의 사람. 지금도 가난하지만 '성실'하나만으로도 만족한다며 끝없이 배려해 주는 아내가 오늘따라 더욱더 눈물이 나도록 고맙습니다. 아내의 코고는 소리가 들리는군요. 이 엉큼한 늑대의 감언이설에 속아 덜컥 결혼을 하고 말았던 20대 때. 유달리 복슬복슬한 두 볼을 지녀 '복순'이라고 별명을 지어 불렀던 그 아내의 얼굴이 어느새 잔주름이 터를 잡고 앉았습니다. 지나치게 무뚝뚝하고 술이 한잔 들어가지 않으면 말문을 열지 않는 남편. 멋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 볼래야 찾아 볼수 없는 남편이지만 오늘 같은 밤. 고이 잠든 아내의 얼굴을 들여다 보면서 엄청 쑥스러운 사랑의 고백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여보~~~~~~ 복순이. 정말 정말 고맙소. 그리고 사랑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