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의 허리가 쫘악 펴지는 그날까지^^*

힘들지만 누구앞에서도 그 힘들고 무거운 가장이란 자리의 짐을 내려놓을 수 없는 친정오빠의 어려운 처지가, 화사한 봄날에 어느 아침, 곁에서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는 동생의 눈가에 눈물방울을 똑똑 떨어뜨립니다. 두 딸의 아빠, 아들이 없다는 이유로 오빠네 부부는 가끔씩 알 수 없는 슬픔에 빠지기도 하지만, 요즘은 두 딸이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것만 보면서 기운을 찾아가고 있는 듯 보입니다. 어려운 경제탓인지 괜찮게 운영이 되던 식당일도 갑작스레 너무나 손님이 없고, 빠듯한 생활비에 이런저런 주머니사정으로 오빠는 며칠전부터 일일잡부일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허리가 아파서 2년전에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후로, 무거운 짐을 드는 일도 못하고, 쉽게 지쳐버리는 오빠를 보면서 가족들의 근심이 하루하루 더해만 가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오빠를 아무도 말릴수가 없습니다. 그렇게라도 오빠가 밖에서 돈을 벌어오면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에, 두 딸의 학교생활에 들어가는 돈도 훨씬 부담이 적기에 지친 오빠의 모습에 일부러 무관심하면서, 올케언니는 남몰래 밤잠을 설쳐가며 눈물 훔치는 일을 보기도 했습니다. 두 딸이 다니는 학원비만 내려고 해도 힘들고, 피아노를 너무나 배우고 싶어하는 두 조카들에게, 냉정하게 학원을 그만두라고도 못하는 고모의 입장 역시 얼마나 가슴이 아픈지... 어려서부터 집안 일에 매여서 오빠는 자신의 삶을 외면해가면서, 동생들을 챙기느라 언제나 오빠네 가족한테 무관심했습니다. 내 딸 입을 옷이며, 신발을 사기 보다는 네명이나 되는 동생들 신발이나 옷가지들을 더 먼저 챙기는 오빠였습니다. 용돈이 없다고 투덜대는 동생들 지갑을 채워줄려고 오빠는 자신의 지갑을 꿋꿋이 지키던 만원짜리 한 장까지 비워버린 오빠, 그런 오빠의 마음을 동생들은 알지 못한채, 언제나 무뚝뚝하고 무섭기만 한 오빠를 원망하느라 저 역시 십여년의 시간을 낭비해 버렸습니다. 왜 저렇게 우리 오빠는 내게만 엄하고, 다른 오빠들 처럼 다정하게 대해주지 않을까 하는 짧은 생각만으로, 오빠를 원망하고 미워하고, 항상 그렇게 오빠를 나쁘게만, 귀찮게만 가슴에 새겼었습니다. 오빠의 자리가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자리인지 한번도 생각지 못했던 지난날의 아까운 시간이, 이미 늦어버린 후회라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로 지나버렸습니다. 하루하루 막노동이란 궂은 일을 하고 저녁이 되면 거의 지친 모습으로 허리를 움켜쥐고, 얼굴엔 힘든 표정을 가득 담고 집에 돌아오는 오빠, 행여나 동생이 눈치챌까봐 애써 웃어주는 오빠의 마음을 왜 그렇게까지 외면하고 있었는지, 오늘따라 오빠의 허리가, 아픈 오빠의 허리가 더욱더 내가슴을 찢는것 같았습니다. 얼마나 아팠을까. 하루종일 무거운 돌을 들었다 놨다를 수백번도 더 했을텐데, 앞으로 그 일이 끝나려면 몇달이 더 지나야 한다는데, 그 아픈 허리를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한 푼이라도 생활에 보탬이 되려는 오빠의 숨은 노력에 올케언니 역시 마음을 졸이면서, 쏟아지려는 눈물을 꾸욱 참으면서, 그렇게 조용히 오빠의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밤이 되면 허리가 아파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오빠의 끙끙 앓는 소리를 들어야만 하는 가족들. 누구보다도 마음이 아플 올케언니. 새벽 5시에 일을 나가야하는데, 잠자리에 누워서 끙끙 앓다가 겨우 새벽 한두시가 넘어서야 잠을 청하는 오빠는 두어시간 잠깐 눈을 붙이고 다시 새벽일을 나가야만 합니다. 내일도 오빠는 그렇게 새벽일을 나갈겁니다. 아픈 허리보다 빠듯한 생활고를 이겨내는게 더 중요한 문제기에 아픈 허리를 이겨가며 또 그렇게 새벽일에 최선을 다할겁니다. 우리 오빠의 허리가 쫘악 펴지는 그 날까지, 우리 가족은 힘든 하루하루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고, 서로의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것입니다. 오늘 벌지 않으면 내일 먹을 것이 없다지만, 우리 가족은 오늘 하루도 감사하면서 열심히 살아갈겁니다. 오빠의 얼굴에 함박 웃음이 피는 그 날까지... 모선경( 011-655-5042) 전북 남원시 월락동 453번지.(sunny5042@hanmail.net)(59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