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이 된듯 싶다.
마을앞 벚나무 묘목에서 벚꽃이 활짝 핀지 며칠이 지났다.
아침 여덟시쯤 한바탕 소리 전쟁을 치룬 아내와 아이들을 태우고 산골마을을 벗어났다.
차로 십여분 만에 도착한 면소재지 마을인 홈실.
이곳에서 아내가 먼저 내린다.
면사무소에 취로사업형 공공근로에 나가기 때문이다.
우리 면에서는 세명의 아주머니가 여러 마을을 돌아 다니며 쓰레기를 주워 마대에 담아낸다. 그덕에 시골이지만 별로 쓰레기가 눈에 안 띄는지도 모르겠다.
면사무소 입구에 잠지 정차했던 차는 이번에는 초등학교 교문에 들어선다. 도시에서 과잉보호하는 부모들의 자가용이 아닌 시골마을에서 또래 아이가 없어서 혼자 다녀야만 하는 딸아이를 등교 시키는 아빠의 사랑이다. 마을에 학교버스만 들어 온다면, 또는 또래아이들이 두세명만 있더라도 멀기는 하지만 걸어 다닐수 있을 것이다. 고작해야 한시간정도.
나 어릴적 초등학교도 한시간 정도 걸어야만 했으니까.
잠시후 다정이가 타고 싶어하는 노란색 학교버스가 들어왔다.
버스에서 내리는 또래아이를 보자, 미진아- 하고 외치며 달려가 손을 잡고 교실을 향하는 큰딸을 뒤로하고 이번에는 십여리 떨어진 곳에 있는 어린이집에 둘째딸 은진이를 데려다 주어야 한다. 어린이집차량이 집에오는시간이 아홉시 십분쯤. 여섯살인 은진이를 혼자 내버려 두기엔 너무나 삭막한 기분이 들어 태워다 주기로 한 것이다. 어린이집 골목에 내려주고는 하우스로 향하는 나는 바빠진다.
벌써 해는 얼굴을 내민지 한시간 정도 되었기에 하우스내부 기온이 올라 빨리 환기를 시켜줘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바쁜 일과를 마치고 어두워지는 시간인 일곱시쯤 되어 집으로 향하고 집에서는 돌아온 아이들의 재롱을 본다.
국어 공책을펼쳐 보이며 오늘은 이런 낱말을 배웠다고 자랑하는 다정이.
어린이집에서 새노래를 배웠다며 노래를 부르는 작은딸 은진이.
오늘은 어느 마을을 갔는데 쓰레기가 별로 없어서 깨끗하더라 라고 말하는 아내. 연휴가 끝냤는데도 상추 주문이 많다며 바쁜속내를 털어놓는 나. 이렇게 네식구는 몇가지 안되는 반찬이지만 맛있게 저녁을 먹고 아이들의 숙제를 돌봐주고 내일일을 머리속에 떠올리며 텔레비젼에 눈길을 주면서 이불속으로 몸을 밀어 넣는다.
십분만 일찍 일어난다면 아침마다 전쟁을 치루지 않아도 될텐데.
조금이라도 저축을 하여 빨리 가난을 벗어나야 할텐데...
지금은 관리인 이지만 언젠가는 사장을 할 수 있을 거야.
실천하기는 어렵지만 꿈이라도 꾸어 봐야겠죠.
안녕히 계십시요.
남원시 수지면 유암리 199-2 김영수.
625-2814, 011-9668-2807